역사왜곡 논란에도 흥행 1위…'암살자(들)', 관객 평가는 극과 극

영화 암살자들 메인 포스터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메인 포스터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163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뜨거운 흥행 열기와 달리, 영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인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140만7000여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나흘째인 26일에는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27일 기준 누적 관객은 156만6000여명으로 늘었다. 29일 오전 7시 기준으로는 누적 관객 163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2주 차에도 한국영화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된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수사 당국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 여사를 숨지게 한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문세광은 그해 12월 20일 사형이 집행됐다.

영화는 이러한 실제 사건 기록을 출발점으로 삼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더해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물이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특정 인물을 배후로 확정하지는 않지만 당시 수사 결과와 다른 가설을 내놓으면서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묘사한다고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제작 방식을 비판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역사왜곡이라고 주장했고, 유영하 의원 역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정치적 선전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28일 공식 입장문을 냈다. 제작진은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린다.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허진호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는 태생부터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료와 사실들 속에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었지만 그걸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런 한계를 안고 시작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극 중 실제 자료 화면을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나 논문 등을 기반으로 가져간 부분은 맞다"면서도 "거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부분이 있으니 보고 나서 판단해주실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제가 규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실제 있었던 사료와, 그 사료를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들을 함께 던져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부분은 사실을 가져왔고 어떤 부분은 상상력을 더했는지, 그 시대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의 고민도 전했다. 허 감독은 "감독이 역사적 사실 위에서 이야기를 만들 때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상상력만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지 않나"라며 "상상의 베이스가 될 만한 것들을 최대한 찾으려 했다. 이게 전부 상상력으로 만든 음모론적인 이야기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더 살펴보고 판단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고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흥행 성적과 별개로 온라인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10점 만점에 2.4점으로, 실관람객 평점 8.6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 관람객 평가를 반영하는 CGV 골든에그지수는 92%였다. 실관람객 평가에서는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 배우들의 연기와 사건을 추적하는 전개, 긴장감 있는 연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 반면, 네이버 네티즌 평점란에서는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방식과 배후 가설을 겨냥한 비판이 두드러졌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실화를 다루는 영화의 창작 자유와 그에 따르는 역사적 책임 사이의 긴장에 있다. 영화적 상상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극 중 인물들이 제기하는 가설을 작품이 확정한 역사적 결론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비판하는 쪽에서는 실존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중대한 가설이 충분한 근거 없이 극화될 경우 관객의 역사 인식에 영향을 주고 유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암살자(들)'은 개봉 2주 차에도 관객을 모으고 있다. 흥행과는 별개로 실제 역사와 허구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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