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직접 대화할 것을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중·일 간 고위급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직함을 이례적으로 생략하고 이름만 불렀다.
2일 요미우리신문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내용을 26일 미일 정상 간 전화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 정세를 둘러싼 일본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중국은 다카이치 정권의 안보정책을 ‘신형 군국주의’라고 규정하며 대일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조하지 않고 다카이치 총리를 “강한 리더”라고 평가하고 중·일 정상 간 대화를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26일 통화 뒤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고 “미일이 함께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중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미일 간 사전에 조율해 둔 보람이 있었다. 미일 정상 간 굳건한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일 관계 악화가 논의됐으며,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를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의 핵무기와 원자력잠수함 보유 관련 발언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다카이치 총리를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불렀다. 그동안 사용해온 ‘일본 총리’나 ‘다카이치 총리’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계열 매체 상관신문(上觀新聞)은 중국 외교부가 공개석상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직함을 빼고 이름만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홍콩 성도일보는 “외교부는 표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며 “말실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2001~2006년 야스쿠니신사를 매년 참배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에게도 중국 외교부가 ‘일본 총리’ 또는 ‘고이즈미 총리’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닛케이는 시진핑 지도부가 다카이치 총리와 대립하는 한편 다카이치 정권과 거리를 둔 일본 정치인이나 경제계 인사들과의 교류는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하순 중국을 방문한 이와야 다케시 전 외무상은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과 허리펑 부총리를 각각 만났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내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일 정상 간 대화를 권한 것도 APEC 등 국제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 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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