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절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3일,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외교부의 도쿄재판 개정 80주년 계기 담화를 송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이 일본 전범 심판을 개시한 이날을 중국은 기념일로 삼고 있지만, 외교부 담화까지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담화의 키워드는 '신형 군국주의'. 일본 우익 세력이 '평화국가'라는 간판 뒤에서 군비 증강과 제도 개편을 밀어붙이며 역내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담화에는 중국이 일본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지난 반년 동안 단계적으로 바꿔온 결과가 응축되어 있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일본의 "존립위기사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맹렬하게 반발했다. 일본은 기존 법 해석일 뿐 특정 사태를 상정한 것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만 문제는 시진핑 체제가 '핵심적 이익 중의 핵심'이라 부르는 성역으로, 일본 총리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중국에게는 '성역 침범'이었다. 중국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등 보복 조치에 돌입했다.
그러나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외교 현장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장래 꿈이 판사인 장쑤성의 한 23세 여성 대학원생은 지난달 말 눈물을 글썽이며 낙담했다. 올해 봄부터 도쿄의 한 대학원에서 법학 강의를 들을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1월 결정된 유학이 한 달여 만에 "안전상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취소했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서약서까지 쓰겠다고 했지만 학교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관광지 풍경도 변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3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중국발 방문객은 1년 전보다 55.9% 줄었다. 한 당국자는 지금 상황이 중일 간 정치적 긴장이 지속된 고이즈미 정권 시절보다도 못하다며 "당시는 '정치는 얼어붙어도 경제는 뜨겁다'는 정냉경열의 시대였는데, 지금은 정치도 경제도 민간도 함께 식어가는 국면"이라고 마이니치신문에 토로했다.
중국은 산업 현장에서도 일본 제조업의 가장 아픈 곳을 겨냥했다. 지난 1월 이중용도 품목의 대일 수출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2월에는 일본의 20개 기업을 규제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당국은 '민생용에는 영향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3월 중국의 대일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184톤으로, 1년 전보다 27.2%, 전월 대비로도 17.3% 감소했다. 베이징 주재 일본 기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유 없이 통관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은 대체 조달을 모색 중이지만, 값싼 중국산을 단번에 걷어내기는 쉽지 않다.
급기야 갈등은 바다로 번졌다. 지난달 17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카즈치'가 약 10개월 만에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일본 정부가 보류해온 '항행의 자유' 작전이었다. 이는 "중국을 의식해 작전을 계속 보류하면 오히려 중국의 해양 진출을 부추기는 셈"이라는 일본 정부 내 판단이 작용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중국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다. 중국 군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날이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대만이 일본에 할양된 날이라며 "중국인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틀 뒤인 19일 중국의 미사일 구축함 '바오터우'와 호위함 '황강'이 가고시마현 요코아테지마 남서쪽 60km 해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규슈 최남단 약 300km까지 접근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동중국해 중일 중간선의 중국 측에 가스전 개발용 새 구조물이 설치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처럼 중국의 압박은 전방위로 확장됐다. 하지만 중국 내 민간인들의 대일 정서는 큰 영향이 없는 모습이다. 노동절인 지난 1일, 상하이 도심의 한 공원에서는 일본 만화 '포켓몬스터' 관련 행사가 열렸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피카츄 모형 앞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행사에 참가한 35세 회사원은 "중일관계 악화는 신경 쓰지 않는다. 좋아하는 포켓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누르는 압박과 민간 부문에 남아 있는 일본 문화 수요가 어긋난 채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 차이점이 현 국면을 잘 나타낸다. 2012년 센카쿠 사태 때처럼 분노가 거리에서 폭발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압박이라는 것이다. 시작은 총리의 국회 답변 한 줄이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일상과 산업, 바다는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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