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보은 인사 논란 자초한 비서실장 인선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임광현 국세청장을 새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이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까지 맡게 됐다.

이러한 초고속 영전을 두고 보은 인사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임 실장의 처남인 이모 변호사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던 인연 때문이다. 이 변호사의 누나이자 임 실장의 부인도 비외교관 출신으로 미국 휴스턴 총영사에 임명돼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의 형사 사건 변호인과 그 가족을 둘러싼 인사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인선까지 단행됐으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정부와 공공기관 요직에 잇따라 기용된 것도 문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무총리비서실, 법제처,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외교 공관 등 발탁 범위도 넓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 및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과 과거 시민단체 활동을 함께한 이른바 ‘성남 라인’ 인사가 후보 심사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고도 연봉 2억원이 넘는 에너지 공기업 사장에 임명돼 논란이 일었다. 공직 인사가 능력과 자질보다 대통령과의 인연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과의 인연이 공직 임명의 결격 사유일 수는 없다. 그러나 공직은 사적 인연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맡겨져야 한다. 특히 임기 초 60%대를 넘나들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인선은 더욱 아쉽다. 공소 취소 추진 논란과 여당 내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 한미관계 불안 등 국정 난맥상이 겹친 가운데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측근 기용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정 쇄신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무능한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며 성남FC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강조한 원칙은 지금도 유효해야 한다. 성남FC 구단주 시절 내세운 공정과 투명성이 국가 운영의 인사 원칙에서도 지켜지고 있는지 대통령 스스로 돌아볼 때다.

인사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이제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측근 기용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 기조를 점검하고 민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국민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인적 쇄신을 내세운들 이를 진정한 쇄신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고 실행하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다. 민심을 읽고 잘못된 판단에는 직언하며 국정이 국민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만 전하는 참모들로는 국정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임 실장은 인사의 공정성을 입증하고 대통령에게 불편한 민심까지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도 자신과의 인연보다 국민을 위해 일할 자질과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만을 앞세우는 측근이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갈 때 멈춰 세울 수 있는 참모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오른팔에 머물지 않고 국정의 위험을 먼저 경고하는 레드팀이 될 수 있을지 이번 인선은 그 역할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