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역대급' 배당을 바라보는 투자자 시각은 엇갈린다. 최근처럼 호재를 찾기 어려운 코스피에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기업의 미래 성장력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100조 배당 시대 연 반도체 투톱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3분기에 현금배당 14조원, 자사주 매입 20조원 등 총 3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한다는 발표에 급등했다. 무려 10.89%가 올랐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도 3859억원으로 지난달 18일 이후 24거래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로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배당규모는 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상반기에 완료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포함)과 합해서다. 지난해 주주 환원 규모(14조3000억원)의 약 7배다.삼성전자도 29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에 맞춰 30조원 규모의 추가 현금 배당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완료한 20조원 규모의 배당을 합치면 올해 주주 배당 규모는 약 10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인 2020년 20조3000억원보다 5배 이상이다.
양사가 파격적인 주주 환원책을 꺼낸 이유는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AI 버블론'에 주가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6일 36만9500원을 장중 고점으로 지난 19일 20만2000원까지 추락해 약 4개월 만에 46%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는 최근 손자회사 솔리다임 중복 상장에 따른 주주 가치 훼손 논란까지 겹쳐 6월 23일 300만2000원을 고점으로 지난 23일 117만1000원까지 61% 하락했다.
"미래 경쟁력 갉아먹는 행위"
200조원에 달하는 배당 정책을 놓고 정작 주주들은 엇갈린 반응이다. 긍정론은 높은 배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관 투자자를 유입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50대 삼성전자 주주는 "반도체 기업은 주가 변동이 크기 때문에 방파제 역할을 하는 기업의 배당이 동반돼야 한다"며 "아직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하면 주주환원이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초과현금의 10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자본 배분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애플·퀄컴 등도 높은 배당을 통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반면 과도한 배당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0대 SK하이닉스 주주는 "반도체는 경기 변동이 심한 사이클리컬 업종으로 다운턴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견제에서 핵심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데 굳이 키옥시아 차익까지 특별배당을 실시하는 게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좋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00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국내외 인프라 조성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주주가치 양립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런 가운데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원칙이 주목된다.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배당을 주지 않는 것(1967년 한 차례 제외)으로 유명하다. 워런 버핏은 2012년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에 유보금을 내가 재투자했을 때 주주가 그 돈을 받아 스스로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높고 더 가치 있는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술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현금 활용 범위에서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분 방식을 두고 기업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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