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지식경제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무려 2조9524억원의 적자를 냈던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에도 882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지속될 경우 올 연말 한전의 적자폭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총 67조원이 넘는 자산 가운데 비유동자산 비중이 94%에 달할만큼 전력산업은 장치산업이란 특성을 감안할 때 한전의 이 같은 적자행진은 대외신인도 하락과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향후 전력수요 증가에 미리 대비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당장의 전기요금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환율, 국제유가 등 연료비, 물가, 그리고 한전의 경영효율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여부와 인상폭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달중에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못박았다.
지경부는 또 최근 원가보다 낮은 에너지(전기, 가스) 가격을 적정원가 수준으로 보상한다는 원칙하에 ‘전력∙가스 요금에 대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는 올해 당장 도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기요금이 환율, 국제 에너지가격 등 시장상황 변화에 융통성있게 결정될 수 있을날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반해 한전의 재무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총 3조659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그 절반 수준에 가까운 무려 1조76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또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벌써 8822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전체 적자액은 지난해(2조9524억원)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채 또한 증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현재 부채총계(유동부채, 비유동부채)는 총 25조9292억원에 달했으나 올 1분기에는 이 보다 약 2조원 가량이 증가한 총 27조886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악화는 투자비의 대폭적인 축소뿐 아니라 설비관리에 필요한 유지비까지 줄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한전은 송변전시설에 2조3002억원, 배전에 2조974억원, 업무설비에 3236억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동안 송변전시설에 총 7조7434억원, 배전설비에 6조6494억원, 업무설비에 1조5909억원 등을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주영 한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은 “투자축소가 계속될 경우 전력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설비관리에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안정적인 전력공급 체계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의 경우 생산원가의 약 75%를 연료비가 차지한다. 이에 따라 환율이 10원 오르면 한전이 부담해야 비용은 무려 1천억원에 달하고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8천억원, 석탄가가 톤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5천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행 전기요금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2차(고급)에너지격인 전력의 소비 왜곡 현상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원가이하인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소한 원가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며 “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도 완화해 전력소비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중에 전기요금체계 개선계획을 수립해 전기요금을 연차적∙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전기요금체계 개선계획에는 사용량에 따라 적용요금을 달리하는 주택용 전력요금에 대한 누진제 완화를 비롯해 산업용, 주택용, 일반용, 농사용, 가로등, 교육용, 기타 등 7종으로 구분된 용도별 요금제도도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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