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이 급강하한 것은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기업의 도산과 투자 위축 등으로 자본 투입이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기업의 투자가 계속 위축되면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직원 교육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투자위축 최대 영향
전문가들은 자본투입과 노동투입, 생산성 등 잠재성장률 구성 요소 중 자본 투입이 잠재성장률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구조조정으로 기업 수가 줄어들면서 성장률 하락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설비투자는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 투자 감소로 전년 동월 대비 13.1%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소득 통계에서 실질기준 설비투자액은 1분기에 17조7천4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2조7천130억원에 비해 22.1% 줄었다. 감소율이 기준연도 개편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가능한 2001년 이후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자수 감소에 따른 노동투입의 감소도 잠재성장률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5월 취업자 수는 2천372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만9천명(-0.9%) 줄었다. 이는 지난 1999년 3월 -39만명을 기록한 이후 10년 2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자본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졌다"며 "생산성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기업들의 전반적인 활동이 위축되면서 R&D 등이 둔화했으며 고용이 위축되는 과정에서 숙련노동자들이 생산현장을 떠나고 나서 충원이 안된다면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대 추락 전망도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간에 투자와 생산성, 노동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회복해도 잠재성장률은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짧게는 3~4년, 길게는 5~10년 4% 내외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가 왔다고 해서 잠재성장률이 금세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불황이 1~2년 이상 이어지면 잠재성장률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소비와 투자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올해와 내년 모두 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연구원, 산업연구원(KIET), 직업능력개발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노동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토연구원, 과학기술평가원,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전문가들과 전국 각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한 2030 민간작업단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더 비관적이다.
당시 비전2030 민간작업단은 2006∼2010년의 잠재성장률이 4.9%로 2001~2005년의 4.4%보다 0.5%포인트 상승하겠지만 2011~2020년에는 4.3%로 떨어지고 2021~2030년 2.8%를 기록하면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투자 회복 급선무
전문가들은 투자가 회복돼야 잠재성장률의 급전직하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나친 노동투입은 오히려 잠재성장률의 또 다른 축인 생산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기업 투자를 늘려 자본투입을 확충하는 게 열쇠라는 것이다.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는 기업규제 완화와 산업구조 개혁, 세제 지원 등을 꼽았다.
한국은행 김재천 부총재보는 "규제를 풀면 불가능했던 이익이 생기므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제조업 분야에 투자가 확대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녹색성장과 `포스트 IT' 사업군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책임연구위원은 "물량 중심의 투자에서 고부가가치 투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제개편 등을 통해 기업에 투자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며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자본재 투자에 대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R&D)과 생산성의 효율을 높이고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투입금액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R&D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치ㆍ사회의 선진화를 이뤄내야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연구위원은 "무작정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교육과 연수를 통해 고급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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