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몸사리기' 여전

  • 연체율은 떨어지는데...대출에는 소극적

은행권의 잠재 부실로 여겨졌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6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은행들이 중기대출 시 보증기관의 보증서에만 의존하면서 여전히 '몸사리기'식 경영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1.19%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에 비해 0.4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에 비해 0.58%포인트 하락한 1.69%를 기록했다. 특히 중기 연체율이 1.86%를 기록해 0.71%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에 대한 연체율 역시 0.03%포인트 내린 0.82%를 기록했다.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0.97% 수준이었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지난 연말 1.08%를 기록했고 올 2월에는 1.67%로 상승했다.

부문별로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6월말 0.59%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낮아졌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2%포인트 하락한 0.43%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졌고 반기 말 대규모 부실채권 상각과 연체채권이 정상화되면서 은행권의 연체율이 호전됐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연체율이 올들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경기회복을 위한 중소기업 대출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시 보증기관이 발급하는 보증서에 대한 은행들의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는 은행들이 채무불이행 위험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평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 신용보증기관과 기술보증기관 등 보증기관의 보증잔액은 18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중기 대출잔액은 16조2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은행권의 중기대출 증가 규모는 보증기관이 신규로 발급한 보증서 규모인 24조7000억원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른 것이다.

올해 은행들의 중기 대출과 보증기관의 신규 보증서 발급 규모를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상반기 은행권의 중기대출 순증 규모는 35조1000억원에 달했고 보증기관의 신규 보증서 발급규모는 7조7000억원이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은행들이 중기 대출에 열을 올린 것에 비해 올들어 지나치게 몸사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기 대출을 통해 이익을 얻는 은행들이 대출에 대한 위험을 지지 않고 보증기관에 이같은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도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연체율이 하락한 것은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A씨는 "금융위기가 안정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힘들다"면서 "자금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직원들 월급도 겨우 주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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