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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춰(陳永綽) 주한대만대표부 대표 |
류자오쉬안 대만 행정원장은 "최고위급 대륙 지도자의 대만 방문이 성사된다면 기쁠 것"이라며 "원 총리의 대만 방문이 이뤄지면 나도 답방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표방하며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양안에는 최근 전례를 찾기 힘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주변국 사이에서는 '차이완(Chiwan·중국+대만)'의 부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의 거대한 자본력과 대만의 첨단 기술력이 합쳐지면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안관계의 개선을 마냥 반길 수 없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다. 그런 만큼 양안관계의 급속한 회복을 지켜보는 심정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차이완'의 부상은 한국 경제에 위협일까, 기회일까.
아주경제는 한국에서 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천용춰(陳永綽) 주한대만대표부 대표를 서울 세종로 사무실에서 만나 양안관계와 한국-대만관계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셨고 그동안 한국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3년 전 주한대만대표부 대표로 부임하면서 처음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난 3년간 '한국이 참 편리한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 한국인들은 노래와 술을 좋아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국이나 고국의 음식이 그립지는 않으신지요?
아내가 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대만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대만의 열대 과일은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워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한국에 거주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하셨는지요?
여행을 할 때 느낀 점입니다만, 도로 표지판이 한국어와 영어로만 표기돼 있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중국인 방문객뿐 아니라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한문 혼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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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오승연 아주경제 글로벌 기획위원(오른쪽)이 지난 주말 서울 세종로에 있는 주한대만대표부에서 천용춰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지난 2008년 5월 취임한 마잉주 총통은 양안관계 회복을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활로외교(Flexible Diplomacy)'이고 다른 하나는 '양안화합' 정책입니다.
과거 대만과 중국은 과도한 경쟁으로 국제사회에서 양측 모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활로외교는 양안관계를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소모적인 경쟁을 줄이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1992년 싱가포르 양안회담에서 나온 합의를 바탕으로 양안화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시 대만과 중국은 '92공식'을 통해 '하나의 중국'은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정부와 중국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양안회담을 통해 양측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항로 식품안전 사법공조 금융 등 9개 부문의 협정을 체결했고 대륙자본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선언문도 채택했습니다.
지난 60년간 양안 경제교류는 주로 대만이 중국 본토에 자본을 퍼다 주는 식이었습니다. 과거 정부가 대만 자본의 대륙 투자는 허용했지만 중국 자본의 대만 유입은 금지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채택된 공동선언문은 대륙 기업의 대만 투자를 허용하고 산업협력을 강화해 양안 간 경제무역 관계 정상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양안관계 발전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87년 양국 간 친인척 방문 허용에 이어 무역 및 투자 개방, 통혼 허용 등 지난 22년간 지속적인 관계 개선 노력이 있었습니다. 현재 '양안부부'만 약 30만쌍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양안 간 관광 교류 증진을 위해 연내에 관광대표사무소를 교차 설립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양안관계의 개선이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최근 양안관계 개선으로 한국의 LCD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한국의 언론 보도를 접했습니다.
최근 대만 LCD업계가 중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에 힙입은 결과입니다. 중국 정부가 농민들이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대만 LCD업체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봅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 LCD시장 점유율 33%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 LCD업계가 양안관계 회복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한국과 대만의 대(對) 중국 수출품 상위 20개 품목 중 14개가 중복돼 중화권인 대만 기업의 경쟁력이 한국 기업을 압도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만은 저가제품이나 하드웨어가, 한국은 고가제품이나 소프트웨어가 주력 수출 상품입니다. 경쟁부문이 다른 만큼 대만과 한국은 중국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큽니다.
대만은 중국과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만큼 마케팅 부문에서,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R&D)부문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안의 경제적 교류는 크게 활성화됐는데요. 정치적 관계는 얼마나 개선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시아에는 두 개의 화약고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남북한, 다른 하나는 양안입니다. 그만큼 과거 대만과 중국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특히 마 총통 이전 민진당 집권 시기에는 양안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마 총통이 양안간 신뢰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대만과 중국은 한 민족에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분단상황이 60년간 이어지며 차이가 심화됐고 대화마저 차단돼 정치적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쉬운 것 부터 해결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해결하자는 '선이후난(先易後難)'과 경제관계를 먼저 개선한 후 정치관계를 개선한다는 '선경후치(先經後政)'라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양안회담은 민간 차원의 교류이지만 정치 관료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정치관계도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했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정치적 관계는 몰라도 경제 교류는 오히려 더 활성화됐습니다. 양국간 무역규모는 1992년 30억 달러에서 지난해 219억 달러로 7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또 양국은 서로를 5대 무역 상대국으로 삼고 있습니다. 관광 교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4년 직항노선이 개설됐고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돼 지난해 양국을 오간 관광객은 약 61만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교류는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한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으로 대만과 한국의 고위급 관료들의 교류는 전무합니다. 중국의 경우 상무부 장관 등 고위급 관리가 대만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경우 차관급은 물론 국장급 관리조차 대만 방문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안관계가 좋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대만과의 정치적 관계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생각하는 한국을 한 단어로 표현하신다면요.
'놀라움(Incredible)'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일례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3개월만에 18개 부처를 15개 부처로 축소하고 공무원 수도 대폭 줄여 작은 정부를 실현했습니다. 대만의 경우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입니다. 대만에서 공무원 축소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대담=오승연 글로벌 기획위원
정리=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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