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연이 만난 사람) 아일랜드, EU국가 중 최저 법인세율로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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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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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주말 에이먼 맥키 주한 아일랜드대사와의 인터뷰를 갖고 한국과 아일랜드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켈틱 타이거'로 불리는 아일랜드는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부하는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오랜 종주국이었던 영국과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나누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 강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보기술(IT)산업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도 아일랜드와 우리나라의 공통 분모 가운데 하나다.

또 최근 아일랜드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국가 부도설에 시달리고 있는 점은 1990년대 말 우리나라가 겪었던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아일랜드는 지난 2006년까지 10년간 연평균 6~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주변국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금융위기 이후 외국 자본의 유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본지는 30일 서울 수송동에 있는 주한 아일랜드대사관에서 최근 부임한 에이먼 맥키 주한 아일랜드대사를 만나 한국과 아일랜드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한 달 전 주한 아일랜드 대사로 부임하셨는데요.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떠신지요?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 말 가족들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죠. 지금까지는 집 주변과 서울 시내 지리를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서울이 상당히 크고 발전된 도시라는 점입니다. 미국 뉴욕과 매우 흡사합니다. 지난 2000년대 초 뉴욕 맨해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데 서울 생활을 하다보니 당시 기억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아일랜드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한국에 온 지 이제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아일랜드와 한국이 어떻게 다르다고 규정짓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물리적으로 느끼는 차이점이라면 서울이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과 비교할 때 훨씬 크고 복잡한 도시라는 점을 꼽을 수 있겠군요. 하지만 역사·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아일랜드와 한국은 차이점보다 오히려 공통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모두 최근 20년간 일궈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사회 인프라시설이 마련되면서 인구도 늘고 더욱 발전하게 됐다고 봅니다.

특히 양국은 외부 강대국의 영향으로 인한 분단과 분리라는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단상황은 동시에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역동적으로 정치적 담화를 이끌어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아일랜드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최근 10~15년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지역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급속하게 냉각됐던 남북관계 역시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의 서거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다시금 불러 오는 데 한국 역시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의 경우 국가 정책을 이끌어 내는 데 필요한 목표 의식과 전략적 사고가 뛰어난 것 같습니다. 중단기적 안목으로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나로호 발사 역시 이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일궈낸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이며 한국의 경제력을 다시 전 세계에 알린 계기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 경제가 지난 30년간 얼마나 발전했는 지에 대해 외국의 평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아일랜드는 여전히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 국가들에 비해 생소한 국가입니다. 아일랜드와 한국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양국 관계의 시작은 지난 1933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한 아일랜드의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신부님들로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신부님들은 교회 설립 등 선교 활동을 통해 아일랜드를 한국에 알리셨죠. 이후 1983년 공식 수교 이후 인적 경제적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400명의 아일랜드 교사들이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200명 정도의 한국 학생들이 아일랜드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등의 서방 국가에 비해 교류가 적어 양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아일랜드는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양국 관계는 더 긴밀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시 양국 교역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는지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역시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외국인 투자에 대해 호의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아일랜드가 이룬 경제성장은 외국인 직접투자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일랜드의 법인소득세는 12.5%로 EU국가 중 가장 낮으며 국내외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뛰어난 인력들과 유연한 노동시장 역시 강점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도 있지만 아일랜드 정부의 후속대책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우려들도 상당수 제거되고 있습니다. 또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발효될 전망인 한·EU FTA는 양국의 경제 협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관세인하폭과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한·EU FTA는 양측이 다른 나라와 맺은 역대 FTA 중 가장 포괄적인 협상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FTA가 발효되지 않더라도 향후 한국과 EU 사이의 교역은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교역량도 이전보다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특히 아일랜드의 경우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아일랜드는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아일랜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와 전자부품, 의약제, 화학제 등의 첨단제품 및 서비스를 주로 수출합니다.

한국과 아일랜드의 교역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해 기준 양국의 상품교역 규모는 14억 달러로 FTA가 발효되면 규모가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아일랜드인들은 삼성과 LG, 현대 등 한국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산업 부문에서 뛰어나 아일랜드에 더 많은 한국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일랜드는 유기화학제품이나 의약제품들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FTA를 계기로 양국의 문화 교류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의 녹색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해주시고 아일랜드의 친환경 경제정책도 소개해 주시죠.

"아일랜드 정부 역시 저탄소 경제성장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친환경 경제정책은 우리 후손들이 살게 될 지구를 깨끗하게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저탄소 경제성장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가치가 충분합니다. 화석 연료가 점차 고갈되면서 기존 에너지 전략으로는 향후 성장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할 시기입니다. 친환경 경제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높은 경제적 효율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도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도 태양에너지 개발 부문 경쟁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녹색성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존하면서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일랜드나 한국처럼 전통이 오래된 국가들은 지금까지 수천년 동안 역사를 지켜온 만큼 역사를 지켜나가는 방법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아일랜드는 녹색성장과 같은 친환경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서적으로 유리하다고 봅니다."

- EU의 정치적 통합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리스본 조약에 대한 아일랜드 국민투표가 오는 10월 2일 실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아일랜드에서는 유럽통합에 대한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EU의 미니헌법을 만들어 내는 초석이 될 리스본 조약이 이번에 실시되는 국민투표에서는 가결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지난해에는 리스본 조약으로 인해 국가의 중립성과 조세 및 낙태 등의 영역에서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일년간 국민들의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대책들을 마련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유럽통합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익을 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EU는 여전히 회원국들 간의 경제·사회적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리스본 조약에 대한 아일랜드 국민투표는 이러한 의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주경제신문은 '그린코리아, 녹색성장 시대로'라는 구호 아래 녹색성장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기업과 국민에게 소개하고 정부가 더 나은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 시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아주경제가 정부와 기업, 국민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대담=오승연 글로벌 기획위원
정리=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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