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해연 기자) 황허강 남쪽에 있는 허난성(河南省)은 중국 고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중원이라고 말하는 중국 문화의 발상지이다.
중국 역사에서 왕조의 도읍으로 융성했던 대표적인 고도(古都)는 8곳이 꼽힌다. 이 가운데 뤄양(洛陽), 안양(安陽), 카이펑(開封), 정저우(鄭州) 네 곳이 허난성의 황하 유역에 이웃해 있다. 이는 허난성이 황하 문명과 중국 문화의 뿌리로 인식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중국에 "중국 100년의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를, 1000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을, 3000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을 그리고 5000년의 역사를 보려면 허난성을 가 봐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허난은 유구한 중국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역사 여행지로 정평이 나 있다.
◆ 중국의 고풍스런 옛 멋을 간직한 ‘카이펑(開封)’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카이펑은 송, 원, 명, 청 등 각 시대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카이펑은 북송의 도읍이었으며, 인구가 150만 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과거 송나라의 번영과 생활상을 느끼고 싶다면 ‘청명상하원(淸明上河園)’을 추천한다. 청명상하원은 송나라 때 생활상을 반영한 풍속화 장택단(張擇端)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를 재현한 테마공원이다.
이 곳에선 낮에는 각종 풍물이 재현되고, 밤이면 실경(實景) 수상 공연 ‘대송동경몽화(大宋東京夢華)’가 펼쳐진다.
송 시대 일반 백성들의 모습과 전쟁장면이 화려한 조명과 송 대 전통음악에 맞춰 격동적이고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카이펑에서는 한국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청백리 ‘포청천’을 만날 수 있다. 매일 오전 개봉부 광장과 개봉부 안에서 진행되는 연극을 통해 “작두를 대령하라(開札)”는 포청천의 서슬 퍼런 호령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뤄양(洛陽): 동방조각예술의 보고 ‘룽먼스쿠(龍問石窟)’
뤄양은 허난성 서쪽에 위치한, 당나라 시대의 이백, 두보 등 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했던, 또한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해 낸 예술의 본 고장이다.
뤄양하면 역시 룽먼스쿠(龍問石窟, 용문석굴)이다. 둔황(敦煌)의 모가오쿠(莫高窟)와 다퉁(大同)의 윈강(雲崗)석굴과 더불어 중국 3대 불교 석굴로 불리는 룽먼스쿠은 당삼채(唐三彩)·모란꽃 등과 함께 뤄양이 자랑하는 '3대 보물' 중 하나이다.
북위 효문제가 493년 뤄양으로 이주한 전후 이하(伊河)의 동산(東山)과 서산(西山)에 조성되기 시작해 수·당나라를 거쳐 북송 대까지 400여 년에 걸쳐 완성된 룽먼스쿠에는 현재 2345개의 석굴과 불탑 70여 개, 불상 10만 점이 남아 있다.
불상들은 미신을 믿는 풍속과 문화대혁명시대 홍위병(紅衛兵)에 의해 수 차례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대부분 목이 베이거나 반쪽이 없어져 안타까움은 자아낸다.
그러나 10만 점에 달하는 불상의 표정이 모두 다르고 정교해, ‘동방 조각 예술의 보고(寶庫)’로 불리며 2000년 11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 덩펑(登封): 쑹산의 소림사, '선종소림 음악대전'공연
뤄양에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덩펑시 쑹산의 소림사에 도착한다. 중국의 오악(五岳) 중 중악(中岳)인 쑹산(嵩山)에 자리잡은 소림사는 1928년 40여 일간 불에 타 폐허가 된 뒤 새로 지어 고찰(古刹)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다.
그러나 소림사의 소림무술은 여전히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소림권법은 달마대사가 9년간 면벽수도 후 약해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창안한 무술이다. 소림사에는 외국유학생까지 포함해 1만5000여 명, 인근 덩펑시 100여 개 무술학원에는 3만 명이 소림권법을 수련하고 있다.
소림사 주변에도 볼거리가 많다. 역대 승려들의 묘지인 숲을 이룬 '타린(塔林)'이 눈길을 끈다. 승려의 공덕에 따라 탑의 높이가 결정되는데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면 7급에 이를 수 있다'는 불경의 뜻을 받들어 7층을 넘는 탑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탑을 보면 각 시대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무술쇼 등 상업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장이머우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음악극 '선종소림음악대전(禪宗少林 音樂大典)'은 허난 여행의 백미이다.
폭 300m에 달하는 계곡과 산봉우리, 밤이라는 시간을 장막 삼아 별빛까지도 무대로 만들어버린 스케일에 관중은 압도된다.
쑹산의 고봉준령(高峰峻嶺)을 배경 삼아 총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이 공연을 보고 많은 여행객이 "중국이 아니면 어디서도 이런 것은 볼 수 없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정저우(鄭州):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 ‘윈타이산(雲臺山)’
황하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정저우는 춘추전국시대부터 이미 번성하기 시작한 곳이다. 중국의 남북과 동서가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늘 북적 이는 도시다.
허난성 박물관이 필수코스이다. 베이징역사박물관, 상하이역사박물관, 산시성역사박물과 더불어 중국의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신석기부터 시작해 청동기, 철기시대까지 이어온 100만여 점의 유물을 통해 5000년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정저우에서 약 98km 떨어진 자오줘시에 위치한 윈타이산도 허난 여행에서 지나칠 수 없는 코스이다.
이 산은 고대 중국 시인 도연명이 언급한 무릉도원의 모델이다. 또한 풍광이 뛰어나 위진시대의 죽림칠현이 노닐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인 지질공원이다.
특히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홍스샤(紅石峽)’는 붉은 암석의 협곡이란 뜻으로, 수려한 경관과 험준한 산세를 자랑한다.
실제로 홍스샤의 암석은 짙은 붉은 색이다. 이는 암석에 함유된 철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합하면서 산화철로 변했기 때문이다.
◆ 허난의 맛 기행
허난에는 볼 거리 말고도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진부동(眞不同) 반점= 관림에서 벌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진부동(眞不同ㆍ진짜로 다른 음식점과 같지 않다) 반점은 룽먼스쿠, 뤄양모란과 더불어 뤄양삼절(洛陽三絶)에 속할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다.
냉채를 제외하고 총 16가지 음식이 나오며, 모두 국물 요리인 것이 특징이다. 그 중 무채로 제비집 맛을 똑같이 재연한 모란연채(牧丹燕菜)가 인상적이다.
제1루(第一樓)= 카이펑의 1천년 된 만두집. 역사만큼이나 맛도 깊어 아무리 먹어도 계속 입맛이 당긴다.
윈타이산장(雲臺山莊)=윈타이산에서 채취한 재료로 만든 각종 요리가 나온다. 산토끼, 전갈 및 마 등 천혜의 자연에서 구한 재료로 만든 요리가 매우 이색적이다.
◆ 교통
대한항공이 인천-정저우 정규 직항노선을 매주 화ㆍ목ㆍ금ㆍ일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발 편은 오전 8시 2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오전 10시 정각에 정저우에 도착하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오전 11시 정각에 정저우를 출발해 오후 2시 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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