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KoFC) 출범에 대해 녹색기업들이 반색하고 있다.
그동안 녹색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자금지원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KoFC 설립으로 자금 지원 및 보증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oFC는 지난 20일 유재한 한나라당 정책실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내정하고 오는 28일 출범한다.
KoFC는 산업은행에서 정책 금융 기능을 분리한 기관으로, 앞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 개별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앞으로 KoFC 주요 역할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녹색기업 지원이다. 정부가 신성장 동력원으로 녹색산업 육성을 꼽고 올초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금융권의 지원 사격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현재까지 녹색기업에 지원한 자금이 7125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중소기업에 지원한 자금은 고작 1215억원으로, 나머지는 모두 자체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에 지원했다.
또 건축자재용 콘크리트, 내부 통신배선 공사업체, 베어링 제조업체, 시멘트 제조업체, 냉매가스 가공ㆍ판매업체 등 녹색 성장과 무관한 분야의 기업들을 에너지산업군으로 분류해 자금 지원을 벌여왔다.
기업은행도 녹색기술산업군에 MICE(기업회의, 보상, 컨벤션, 전시), 융합관광을 포함시켜 자금지원을 해왔다.
녹색금융을 표방하며 만든 상품 '녹색성장 예금'은 1조30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유치했지만 기은은 아직 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정하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녹색기업 관계자들은 정책자금 운용을 전담하는 KoFC 설립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한 녹색 중소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어디서나 녹색성장을 말하지만 정작 일선 기업 현장에서는 그런 것을 좀처럼 느낄 수가 없다"며 "KoFC 설립으로 자금 사정이 한결 원활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겼다.
경북 구미에서 태양열 전지 관련 제품을 만드는 한 기업체 사장도 "정부가 은행들 보다는 KoFC와 같은 기관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했어야 했다"며 "앞으로 자금 여건이 개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KoFC가 녹색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KoFC는 민영화된 산은과 기은과 연계해 상업은행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녹색 산업들의 초기 산업화 단계에서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벌여야한다"고 말했다.
오규택 중앙대학교 교수도 "녹색산업이 아직 성장단계라 시장실패(Underinvestment)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KoFC가 미국의 그린뱅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뱅크는 미국 연방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그린채권을 발행해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및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KoFC가 자금 지원을 벌이기 전에 정부가 먼저 나서서 녹색기업에 대한 규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교성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은 "친환경 기업,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기업 등 녹색의 범주는 지나치게 넓어 '녹색'인지 '초록색'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내년도부터 녹색기업 인증제도를 실시하는 것처럼 녹색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입증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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