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계열사 세종시 이전 발표하자 미묘한 파장
17일 열리는 정운찬 총리와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가 실질적으로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기업유치 설명회가 될 가능성인 높아지면서 정부에 내놓을 ‘선물’을 놓고 재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온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에 선뜻 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활동 중인 공장이나 사무실을 옮길 곳이 있겠느냐”며 “주요 기업 가운데 그 어느 곳도 본사나 계열사 사업장을 옮기는 방안을 논의힌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 관계자들의 반응도 비슷한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경우 아예 회장단 회의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총리 취임 후 첫 만남이라 분위기상으로는 참석해야 하지만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오너 회장들이 와야 하고 대신 참석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그룹 역시 정몽구 회장이 간담회에는 참석하지만 현재까지 기업이전과 관련해 아무런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동안 세종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가 이번에 기업들 유치한다고 하니까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세종시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 파악 정도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본사 이전설이 떠돌고 있는 LG그룹 역시 구본무 회장이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을뿐더러 아직 세종시와 관련해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화학공장을 비롯해 충청도에 다수의 사업장이 있어 그런 소문이 떠도는 모양인데, 세종시와 관련해 무엇을 검토한 적도 없다”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또 충남 천안을 연고로 삼고 있는 한화그룹 역시 세종시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재계가 세종시와 관련해 복지부동의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16일 롯데그룹이 롯데마트와 롯데리아 등 계열사 중 일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새로 짓는 맥주공장 조성 후보지에 세종시를 올려놓는 등 정부의 방안에 먼저 부응하고 나서자 재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과 일부 재계 인사들이 롯데그룹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재계의 분위기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반면 대부분의 재계 인사들은 롯데그룹의 이번 발표를 정부의 압력을 피해가기 위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한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당초 롯데그룹도 정부의 세종시 유치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가 정부의 포화를 피해가기 위해 먼저 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맥주공장 후보지 서너곳 가운데 세종시가 포함돼 있는 것은 맞다”며 “롯데리아나 마트의 경우 그 지역이 활성화 될 경우, 매장을 오픈할 수 있다는 뜻이지 아울러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언론플레이는 전혀 아니다, 확대해석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묘한 시기에 터져나온 롯데그룹의 조치를 계기로 총리와의 면담을 앞둔 재계 총수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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