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가 밝으면서 국내 모터스포츠 계는 한층 들뜬 분위기다.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 그랑프리가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F1은 올림픽, 월드컵 축구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행사로 연간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넘고 전 세계 200개 나라에 TV로 중계돼 5억 명 이상이 지켜보는 지구촌 행사다.
건설 중인 전남 영암 코리아 서킷에서 10월22일 연습 레이스, 23일에는 예선이 열리고 24일에는 대망의 결선 레이스가 펼쳐진다.
대회 운영 법인인 서울 마포구에 있는 KAVO(Korea Auto Valley Operation) 사무실은 지난 30일 연말임에도 2010년을 맞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정영조(49) KAVO 대표는 "15년 전에 호주에서 지낼 당시 처음 F1 경기를 보고 푹 빠져 그때부터 '한국에서 이 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F1 엔진이 내는 호랑이 포효 소리나 타이어와 연료가 타는 냄새 등은 F1 팬들에게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F1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영조 대표는 "지난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F1 대회에 모두 34만 명이 다녀갔다. 1년 전부터 팬들이 티켓 구매에 나서고 가족들이 다 함께 드라이버나 팀 이야기로 공통의 화제를 갖는다"며 "호주에서 알고 지내던 한 친구는 의대를 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도 어릴 때부터 빠진 F1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미캐닉이 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아직 F1 문화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 국내에 F1 대회를 유치한 것은 먼저 그런 F1 문화를 우리나라에도 알리고 싶다는 점과 또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더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정영조 대표는 "바레인 같은 경우 우리나라야 가끔 축구를 해서 알지만 유럽 쪽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나라인데 F1 대회를 열면서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메이저리그나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한국 선수가 뛰면서 한국 팬들의 관심이 급증한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1월 초 말레이시아에 한국인 드라이버 몇 명을 데려가 테스트해 볼 계획"이라는 정영조 대표는 "전 세계에 20명밖에 없는 F1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하고 외국어 구사 능력, 체력,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올해 한국 대회에 한국인 드라이버가 뛰었으면 좋겠지만 안되면 내년이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정 대표는 "아무래도 기량이 아직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스폰서를 연계해서 운전석을 얻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영암 서킷 건설 공정률이 70%에 육박했으며 7월 완공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지만 2006년 처음 국내에서 F1을 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만 해도 못 믿는 시선들이 많았다.
정영조 대표는 "사실 그런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런 걱정만큼 더 조심스레 준비했다"며 "워낙 국내에 자동차 경주 문화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방송사들도 '인기가 높아지면 좋은 시간대에 편성을 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좋은 시간대에 편성을 해줘야 인기가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맞설 정도로 국내에서 F1을 한다는 자체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영조 대표는 "올해 미하엘 슈마허가 복귀하고 팀 수도 13개로 늘어나는 등 국내 대회 흥행을 위해 바람직한 일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내며 "설문 조사 결과 '이번 한국 대회를 반드시 보러 가겠다'는 응답자가 2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 경기장 관중 수용 규모는 12만 석이기 때문에 흥행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
특히 "골프가 국민 소득 1만 달러에서 1만 5천 달러일 때 인기를 얻는다면 모터스포츠는 2만에서 2만 5천 달러 선에서 즐길 수 있다는 조사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이 갔던 길을 걷게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영조 대표는 "1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준비하고 있다. 경기장을 찾아 주신다면 좋은 가격에 멋진 경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아직 모터스포츠에 낯선 분들을 위해 다가가는 방법도 많이 준비하고 있다. 지켜봐 주시면 '우리 애들이 저 사람들 덕에 자동차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씀하실 날이 올 것"이라며 2010년을 맞아 모터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연합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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