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실시한 국민은행 사전검사 기록이 외부에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국민은행의 '수검일보'에 따르면 금감원은 강정원 국민은행장 관련 의혹과 함께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재직 중인 전남대와 국민은행의 연관성'도 조사했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뜻을 거스른 강 행장에 대한 보복검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은 국민은행 측이 사전검사 내용을 외부에 유출한 것으로 보고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 첫날인 지난달 16일 커버드본드 발행과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인수 등 은행에 손실을 초래한 사안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같은 날 금감원은 2007~2009년 이사회 의사록과 임원과 은행간의 최근 계약서 등을, 둘째 날인 17일에는 국민은행 직원 중 전남대 MBA(경영학석사) 대상자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전남대는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인 곳이어서 이사회 의장과 국민은행 간 연관성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조 의장은 강 행장을 차기 KB금융 회장 내정자로 선임했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위원장을 맡았다.
금감원은 17일 저녁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강 행장의 운전기사들에 대해 1차 면담을 한 뒤 9시부터 10시15분까지 2차 면담했다.
이튿날에는 차량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는지와 1, 2호차로 구분해 운영하던 시기를 질의했다.
21일에는 주요본부부서장 등의 업무용 PC 13대를 징수 또는 봉인했으며, 비서실에서는 무려 7대를 제출받았다.
아울러 KB창투의 영화 투자와 관련한 은행 자체 검사자료와 법률적 검토자료를 요구했으며 22일에는 영화표 구매 등 지원과 관련해 실무담당직원 2명을 면담한 뒤 마케팅부 직원의 업무용 PC를 봉인했다.
강 행장은 2007년 KG창투가 자신의 지인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 15억 원을 투자하도록 했고, 그 영화의 흥행부진으로 회사 측이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임원의 사택 지원과 관련한 내역을 조사하고 해당 임원의 계좌를 조회했으며 국민은행 경영자문역 및 고문 위촉과 관련한 계약서도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검자료 유출은 검사에 심각한 방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법 등 관련 법규 검토결과를 토대로 수사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법은 은행이 금감원의 검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할 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의도적으로 수검기록을 외부에 흘린 것으로 보고 검사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기록 유출은) 금융회사 직원들의 윤리의식 결여, 내부통제 불철저 등에 기인한 것으로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타 금융회사 검사시에도 검사 관련 자료유출 등에 대해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감독당국의 대립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금감원의 사전검사 이후 강정원 행장은 지주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했고, 지난달 말 친정체제 강화를 염두에 둔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강 행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의 조사대상에 대해 "카자흐스탄 BCC은행에 대한 투자는 전략상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영화투자 문제는 이미 검사받은 사안이며, 운전기사 2명은 일정상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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