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 세계 각지에서 구호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행정적 혼선 탓에 재난 현장에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BBC 방송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천막과 담요, 의료물자 등 구호품들은 아직도 대부분 포르토프랭스 공항 활주로에 쌓여있는 상태다.
공항의 모든 시설에 대한 통제권한은 아이티 정부로부터 미군에게 넘어갔지만 세계 각지에서 오는 인력과 물자의 현장 투입은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공항에서 가까운 빈민촌 주민들만 해도 구호물자를 실은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는 소리를 듣고, 세계 각국이 지원에 나섰다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도 구호품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상자들은 친구나 가족한테서 치료받고 있다.
에르비라는 이름의 한 주민은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누구도 보지 못했다"며 "구호품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미국이 급파한 항공모함 칼빈슨호(號)의 구호물자는 순식간에 바닥났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5일 아이티에 도착한 칼빈슨호는 19대의 헬리콥터를 동원해 육지로 물과 에너지 음료 수천병, 시트 8천장, 간이침대 수백개를 실어날랐지만 구호물자는 하루 만에 동나버렸다.
칼빈슨호의 테드 브랜치 해군 소장은 공항에 구호물자가 쌓여있는데도 칼빈슨호가 배분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 관할의 구호물자를 손수 배분하겠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호작업은 제대로 펼쳐지지 않고 도시가 무법천지로 변해가자, 포르토프랭스를 빠져나가는 주민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주민들은 자동차나 자전거, 혹은 도보로 다른 지역에 사는 친척을 찾아가고 있으며 행선지도 없이 일단 포르토프랭스를 떠나고 보자는 사람들도 많다고 BBC는 전했다./ 연합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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