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알짜 기업매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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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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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수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알짜 매물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이들 매물을 인수할만한 대형사들은 M&A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만하고 있고, M&A에 의욕을 보이는 기업들은 대부분 매물보다 규모가 작아 인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M&A 시장은 최대 30조원대로, 1조원이 넘는 대형 매물만도 2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하이닉스 반도체가 인수의향서를 접수 중이며 대우건설·대우인터내셔널·대우조선해양·케이피케미칼·삼성이미징·현대종합상사·현대건설·쌍용건설·LG파워콤 등 대형 매물들이 상반기 중에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을 맞을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각 업권에서 수위를 다투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에비타)도 높아 향후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달 29일 매각공고를 낸 하이닉스는 인수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 유재한 정책금융공사(KoFC) 사장이 직접 참석해 세일즈를 벌이고 인수자 중심의 각종 조건들을 제시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의 알짜 건설사인 대우건설도 현재 시장에 나와있지만,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동국제강이 유일하다.

동국제강은 산업은행 사모펀드(PEF)에 투자해 대우건설 경영권을 차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1조5827억원에 불과한 동국제강이 4조1203억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금호그룹과 마찬가지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 동국제강은 지난해 쌍용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231억원의 이행보증금만 날린 '전례'가 있어 시장은 동국제강의 M&A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산은과 금호그룹, 대우건설 노조 등은 포스코와 같은 자본력이 풍부하고 건설업에 욕심이 있는 기업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현재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해양조선에만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중형 및 중대형 매물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케이피케미칼 합병을 추진하다 실패한 호남석유화학은 당초 올해 케이피케미칼 합병을 재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업황이 좋지 않아 합병 재추진을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석유화학과 인수 경쟁을 벌이던 미국 다우케미컬 자회사 스타이론(Styron)은 인수 참여를 철회했다.

자산관리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KB금융지주는 그동안 교보증권·현대증권·푸르덴셜증권·유진투자증권 등을 잠재적 합병 후보로 꼽아왔다.

하지만 현재 KB금융은 금융당국과 강정원 행장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어 현재로서는 M&A 시장에서 발을 뺀 모습이다.

올해 금융권 판도 변화의 중심인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작업도 현재로서는 해답이 안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2조6141억원으로 시총 7조5101억원의 하나금융이 어떻게 인수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하나금융의 유상증자와 주식교환을 통한 대등합병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처럼 M&A 시장이 냉각된 것은 향후 경기 전망이 아질 불확실한 데다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있어 매머드급 매물을 인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D증권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M&A 시장을 부풀리고 있지만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현금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없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 매수자 입장에서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정부와 채권단이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기업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해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협의 과정에 들어갈 경우 인수자가 유리한 입장에 서게 돼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성급하게 매각 작업을 벌였다가는 알짜 기업을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에게 헐값에 넘기게 될 수도 있다"며 "이는 결국 국부유출과 정책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이미호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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