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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권, 메가뱅크 망령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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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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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 자산총계 266조2547억원, 영업점 1202개, 총 임직원 1만8096명. B은행 자산총계 100조2536억원, 영업점포 380개, 총 임직원 5776명.

A은행의 지난해 2ㆍ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589억원. B은행은 같은 기간 6603억원.

당신이 투자자이거나 금융ㆍ경제 및 경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A은행과 B은행을 비교해보고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A은행은 규모는 크지만 수익률이 보잘 것 없는 은행, B은행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높은 수익을 올린 은행으로 평가할 것이다.

은행 수익은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산규모가 클수록 수익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A와 B은행의 경우는 반대다.

A은행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고, B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외환은행'이다.

우리은행(6000억원)ㆍ신한은행(4900억원)ㆍ하나은행(4000억원) 등 외환은행보다 규모가 큰 은행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순이익을 올린 것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개인영업'을 강화하겠다고 출사표를 내던지고  있다. 흡사 복싱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서로의 승리를 장담하며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개인영업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자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자산 규모를 키워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금융위기로 잠들었던 메가뱅크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은행 간 치열한 경쟁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국민은행의 담보 및 신용ㆍ보증대출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74조671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조원 정도 늘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이 기간 각각 6조원ㆍ4조원ㆍ3조원 증가했다.

대형은행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메가뱅크 진입을 시도했지만 담보ㆍ신용ㆍ보증대출을 2조원 줄인 외환은행보다 수익이 적었다.

외환은행은 금융위기가 터지자 건전성 위주의 경영체제에 돌입해 돌발 변수 발생을 억제하고, 외환업무 등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해 곳간을 채웠다. 금융위기에도 담보대출을 늘리며 사세 확장에 나서던 은행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국내 은행들이 종교처럼 믿고 있는 자산경쟁과 메가뱅크가 수익확대의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특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우측에 나열된 은행 이름에 '폐'나 '구'의 꼬리표가 붙은 은행이 많다. 이들 은행은 폐쇄됐거나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없어진 곳들이다.

현재 아무 꼬리표가 붙지 않은 은행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은행들을 반면교사 삼아 메가뱅크나 과도한 영업경쟁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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