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오후 3시 반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본사 1층. 이곳에 위치한 하나금융지주 복합점포는 661m²(약 200평)으로 넓은 규모를 자랑했지만 방문 고객이 10~15명에 불과해 무척이나 썰렁해보였다.
더구나 이 곳을 찾은 고객들 대부분은 은행 창구에서 통상적인 은행업무를 보고 있었고, 2명의 고객만이 증권이나 보험 가입을 위한 상담코너에 앉아 있었다.
여의도 한 복판에 위치한 대형 복합점포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사무지원팀 관계자는 "복합점포는 선진금융기법이라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당초에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며 "앞으로 시행방안 조정 등을 통해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성장 가능성이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영업력 확대 및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꺼내들었던 복합점포가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
홍보활동이 부족해 복합점포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고, 인터넷을 통한 증권·보험 등의 금융업무가 확대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의 발걸음이 줄어든 탓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은 앞으로 2~3년 이내에 약 120여개의 복합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00여개의 복합점포를 설치할 예정이며, 우리금융지주는 신도시나 뉴타운 등을 중심으로 10∼15개를 만든다.
하나금융도 인천 청라·송도, 파주 운정, 판교 등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를 중심으로 20여개 지점을 새로 오픈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산은금융지주도 대우증권 영업점을 활용해 은행과 증권 영업을 함께하는 복합영업점을 개설 중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복합점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복합점포를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영업 역량 확대 △비용 절감 △금융업무를 '원스톱' 처리 등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고객과 실무자들이 느끼는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복합점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은행 관계자는 "복합점포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며 "복합점포의 장점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숫자만 늘어난다고 많은 고객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합점포에서 만나 본 고객들은 복합점포를 아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모른다"고 답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문을 닫는 복합점포도 생기고 있다.
지난 2003년 국내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복합점포를 개설한 신한은행은 지난달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설치한 복합점포를 폐쇄했다.
또 서울 대치동 센트럴빌에 있는 복합점포 역시 실적부진으로 은행 영업점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무교지점의 한 행원은 "복합점포와 기존 은행 영업점의 주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펀드가입이 가능해 복합점포의 확대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박재홍 강정숙 박유경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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