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는 스타벅스가 있다면, 베트남에는 '하이랜드커피(Highlands Coffee)'가 있다. 1999년 설립된 하이랜드커피는 베트남 거리 곳곳에 사람이 일하는 건물마다 입점하며 베트남 국민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이랜드커피가 바리어-붕따우성 까이멥-티바이항 인근 푸미2 산업단지 내 신공장 준공을 마치고, 중단됐던 기업공개(IPO) 절차를 다시 본격화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베트남 커피 산업의 고도화를 주도하고 국제 투자자, 특히 한국 기업들의 이목을 끄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이랜드커피는 미국계 베트남인 창업자 데이비드 타이가 설립한 브랜드로, 2024년 말 기준 베트남 전역에 8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시장 점유율 35~40%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모기업인 필리핀 졸리비푸드에 따르면, 하이랜드커피는 2024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약 1조460억 동(약 547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랜드는 2016년 이후 IPO를 여러 차례 계획했으나 시장 불안정성과 규제 환경 등의 변수로 인해 연기되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IPO를 추진 중인 가운데 UBS와 제프리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당초 하이랜드는 싱가포르, 홍콩, 아부다비 혹은 미국 등 해외 상장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타이 최고경영자(CEO)는 “하이랜드의 성공은 베트남 고객과 직원 덕분”이라며 현재는 베트남 증시 상장을 1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지 밀착형 성장 전략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파트너 유치도 함께 도모하겠다는 메시지다.

하이랜드는 IPO 추진과 함께 최근 푸미2 산업단지에 면적 2만4000제곱미터, 연간 생산 능력 7만5000톤 규모의 커피 로스팅 공장을 준공했다. 해당 공장은 심해항인 까이멥-티바이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이를 통해 하이랜드는 원두 공급부터 가공·포장·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는 수직계열화를 실현하게 된다.
까이멥-티바이항은 동남아에서 손꼽히는 심해항으로, 유럽·북미로 직접 연결되는 대형 선박 입항이 가능하다. 타이 CEO는 “최적의 입지를 찾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며 “이 공장은 단순한 생산설비를 넘어 연구개발, 직원 교육, 지속가능한 커피 생태계의 허브로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공장에는 독일의 최신 로스팅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국제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동시에 친환경 건축 인증인 LEED(미국 녹색건축위원회 인증)도 획득했다. 타이 대표는 특히 ‘균일한 맛의 품질 유지’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우리가 최고의 맛을 제공하는 커피 체인은 아닐 수 있지만, 매장마다 동일한 품질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장 신설은 하이랜드의 기존 사업 구조인 생두 공급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가공 커피 제품 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세계 커피 가격 상승, 소비자 수요 다양화 등의 흐름에 따른 전략적 대응으로,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기업 및 베트남 경쟁업체인 쭝응우옌 등도 동일한 방향성을 취하고 있다.
하이랜드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 기업에게도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시한다. 우선 IPO를 앞두고 있는 현시점은 사전 투자 또는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에 적기로, 졸리비 측은 기업 가치를 약 8억 달러(약 1조907억 원)로 평가해 일부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OEM(주문자 위탁 생산) 또는 OBM(제조업자 브랜드 개발·생산) 방식으로 하이랜드 커피 제품을 한국에 도입하거나 공동 브랜드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아울러 까이멥항은 부산·인천 등 한국 주요 항만과 직항 연결이 가능해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비용 최적화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은 하이랜드와의 전략적 협력을 기반으로 베트남 고급 커피 시장 진출뿐 아니라 글로벌 커피 산업 생태계에서도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랜드의 IPO 및 신공장 전략이 단순한 기업 성장을 넘어, 베트남 커피 산업 전반의 질적 도약과 국제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 CEO 역시 “우리는 품질이라는 기준에 있어 항상 최고를 지향하고, 전통과 가치를 잇는 브랜드가 되겠다”며 원두 선별에서 포장 개선까지 모든 세부 요소에 정성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이랜드의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베트남 커피 산업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며, 한국 기업은 이 기회를 통해 베트남 소비시장 진출 및 글로벌 공동 전략 마련에 앞장설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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