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U자나 W자 그리기 애매한 순간"
정책당국자들이 '더블딥(경제회복후 재침체)' 발생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과 중국 등 'G2'의 불명확성이 이같은 불안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연초 환율과 주식, 물가 등 경기 지표들마저 혼란스럽게 움직이고 있고, 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더블딥으로 석유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와 비슷한 배럴당 60 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지표마다 방향이 다르고 이에 대한 해석도 일치하지 않는다. 아직도 경제에 남아있는 불안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 당국자 5% 성장 재확인..출구전략 제지 총력
당국자들은 올해 5% 성장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흥국의 잇따른 출구전략 시행이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고금리는 민간 소비와 투자,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더블딥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비정상적인 금리를 그대로 놔둘경우 또다른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실장은 "지금 시점에서 U자나 W자의 형태를 그리기는 애매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철휘 동양종금 이코노미스트는 "더블딥 우려는 이미 지나간걸로 파악된다"면서도 "강도높은 긴축 정책은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심리적인 경제 지표들이 좋았던 것은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가 부양된 데서 온 영향이 적지 않다"며 "지표와 달리 체감 경기 회복은 뚜렷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경기 지표들 `아리송'
그러나 경기 진단의 대표적 가늠자인 경제성장률과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락가락한 경제지표는 더블딥 우려가 꺼졌다고 보기 어려운 전제가 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산업활동 지표 역시 양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9% 늘어나 10년5개월 만에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현재 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1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미래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상승폭이 둔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99.2로 12월보다 5.6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조동욱 전경련 연구위원은 "여전히 낙관적이긴 하지만 경기 회복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글로벌 출구전략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다 세종시 등에 따른 정치적인 혼란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415개 중소 제조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중소기업업황전망건강도지수 역시 1월 실적치가 83.9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 곳곳에 도사린 불안요소들
경기 지표들이 갈팡질팡하는 까닭 중에는 대내외 불안요소들이 여전히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도 있다. 그동안 꼽히던 불안요소들은 일일이 열거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많다.
가장 직접적인 요소중 하나는 환율이다. 환율이 달러당 연중 1100원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환율이 10%만 하락해도 성장률이 0.4%포인트 떨어진다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국제유가 역시 10% 오르면 성장률이 0.2% 하락한다거나, 올해 중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올라 경상수지에서 40억 달러를 손해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두 가지에 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붙여 이들 `신 3고 현상'이 한국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기업과 가계의 부채, 고용 침체, 외국인 자금 유출입 등 경제적인 요인뿐 아니라 세종시 문제 해법 등을 둘러싼 정치ㆍ사회적 갈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마저 있다.
나라 밖에서는 중국 경제의 긴축기조 전환과 미국의 금융시장 규제 강화를 일컫는 `G2 리스크(위험)', 그리스 같은 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보고 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