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추일(追日)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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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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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가 탄생한 경북 의령은 물론 삼성의 모태가 된 대구 지역에서는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도 그룹 차원에서도 4일과 5일 기념음악회와 기념식을 진행한다.

호암의 일생과 관련한 언론의 조명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식민지 시절과 한국전쟁 등 폐허에서 한국경제가 도약하는데 호암의 역할은 무엇보다 컸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사업전략은 대부분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도쿄구상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호암은 일본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구했다. 관련 정보도 일본의 재계 인사들과 접촉하며 수집했다. 품질제일주의 역시 도쿄의 한 이발사와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전자산업과 반도체 산업 육성도 일본의 발자취를 따랐다. 그리고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는 물론 TV, 가전 등 대다수 전자분야에서 쟁쟁한 일본 기업들을 추월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앞선 일본을 쫒아가는 ‘미투’ 전략으로 성공을 거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일본을 앞선 지금 과거 일본 기업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술을 주도하는 ‘고독한’ 승자가 됐다.

물론 지난해 LED TV 시장 창출 등 삼성전자는 일부 분야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LCD 등에서는 해외업체와 기술격차를 크게 벌였다.

다만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IT 시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반면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아이TV로 기존 전자업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1969년 출범해 지난 40여 년 동안의 노력으로 일본을 추월한 삼성전자. 하지만 이같은 열매도 잠시, 소프트웨어 파워를 앞세운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당하는 자리에 섰다. 아울러 절치부심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한 일본 업체들의 전방위 공세도 시작됐다.

어렵게 탈환한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간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호암의 철학,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모쪼록 호암 탄생 100주년을 맞아 포스트 호암, 포스트 이건희를 넘어서는 삼성전자 DNA의 진화를 기대한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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