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대로 된 담보가 없는 저소득·저신용층은 고금리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다. 이자 부담은 가뜩이나 부족한 살림살이를 더욱 옥죄고 있다.
이명박 정부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외치며 각종 제도들을 도입·시행하고 있지만 시장의 수요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기관 육성을 통해 부족한 서민금융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당장 생활비가 없어 고생하는 서민들을 위해 생계형 자금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서민금융,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문제
서민금융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2009년 3분기 말 7등급 이하의 저신용층은 경제활동인구의 11.18%인 783만명이다. 경기 회복에 따라 저신용 계층은 지난 2008년 말 840만명보다 다소 감소했다.
저신용층의 대출 수요를 나타내는 대출 신규 조회건수는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7등급 이하 고객 400명당 대출 조회건수는 2008년 말 38.92건에서 지난해 3분기 48.58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실제 대출 공급을 나타내는 신규 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7등급 이하 신규대출건수는 34만5277건, 대출금액은 5조1601억원이다. 2008년 말 64만8553건, 7조8125억원보다 건수는 46.8%, 금액은 34.0%나 감소했다.
제1금융권의 서민 대출은 문턱이 너무 높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의 저신용자 대출상품인 '희망홀씨 대출'은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대출 실적이 73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마땅한 인센티브 없이 여론에 떠밀리듯 저신용자 대출을 시행한 결과다.
또 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긴급생활자금에 몰려 있음에도 정부의 지원책은 창업자금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를 찾는 대다수의 고객은 평균 250만원을 받아 2~3개월 내로 상환하는 사람들"이라며 "반면 미소금융은 500만원에서 1억원의 창업자금을 5년 이내에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타겟층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민들은 당장 고기가 없어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정부에서는 한가하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민금융 활성화 위한 인센티브 도입 시급
전문가들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을 서민 대출 창구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저축은행들도 서민 대출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더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서민 대출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서민생활안정채권'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저축은행이 일정한 절차를 통해 저신용층에게 대출을 해주면 이 채권을 정부가 되사주는 제도다. 정부는 채권을 유동화해 추가적인 대출 자원을 마련하게 된다. 이는 과거 주택금융공사에서 학자금 대출을 시행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권택기 의원실 관계자는 "1500억원의 정부 재원으로 1조5000억원 가량의 저신용층 가계생활자금 대출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소금융과 함께 추진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수신 상품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 저축은행들의 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의 고금리 수신은 중산층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에 기여하고 있지만 정작 저축은행의 비용 부담을 늘려 저신용층 대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세제 혜택을 통해 저소득층 서민들이 저축은행 고금리 수신의 혜택을 보고 저축은행들도 저신용층 신용 공급을 확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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