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설, 연말보너스, 졸업과 입학식 등이 겹치는 2월은 용산의 대표적인 성수기다. 하지만 반짝 호황이 아닌 최근 국내 경기가 회복 단계에 진입하면서 소비심리 개선으로 용산 전자상가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국내 디지털 기기의 메카인 서울 용산 전자상가. 전날 눈이 내렸지만 오랜만에 풀린 날씨와 설날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들로 상가는 모처럼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용산 아이파크몰 3층 디지털 전문매장에 들어서자 ‘설날 맞이 할인’ ‘졸업입학 선물 특가 혁명’ 이라고 적힌 광고문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손수레로 제품을 실어 나르는 매장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일부 매장은 가격 문의를 하는 손님들로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 곳에서 디지털기기 매장을 운영하는 유모(35)씨는 “졸업 입학 시즌이라서 지난달보다 매출이 20~30% 늘었다”며 “판매량도 늘었지만 판매기기의 가격대도 저가제품보다는 아이팟 터치나 20~30만원대 전자사전 등 고가제품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트북 전문매장 직원 전모(28)씨는 “올 초부터 상황이 나아졌다. 윈도7 출시와 새로운 CPU를 탑재한 신제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전에는 넷북 등 저가제품 위주로 많이 팔렸는데 최근에는 울트라씬 노트북 등 프리미엄제품이 더 많이 나간다”고 했다.
카메라, 내비게이션, MP3 등을 판매하는 한 대형 매장에는 10~20명 정도의 고객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4~5명의 직원이 고객 응대와 전화를 번갈아 받느라 말을 걸기도 어려웠다.
휴대폰 매장이 집결돼 있는 나진상가도 삼삼오오 모여 새로 나온 신제품을 구경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휴대폰 매장 직원 박모(29)씨는 “애플 아이폰이 나오면서 일반 풀터치폰보다는 스마트폰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여전히 전체 판매 비중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하루에 스마트폰 2~3대는 꾸준히 개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을 찾은 한 소비자는 “스마트폰에 대해 관심이 많아 약정기간도 끝난 겸 휴대폰을 바꾸려고 나왔다”며 “풀터치폰 보다는 아이폰, 옴니아2, 모토로이 셋 중에서 보조금이나 기능 등을 꼼꼼히 비교하고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소비관련지표들은 민간소비 개선추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1월 기준선 100을 훌쩍 넘은 113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긍정적인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용산 전자상가 한 상인은 “작년에는 경기침체로 반짝 특수도 없이 정말 힘들었다”며 “올해는 연초부터 IT기기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숨통이 좀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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