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당론을 둘러싼 친이-친박 갈등 고조
중립성향 의원들 일부 '찬성'... 당론 변경 가능성
野, 국정조사 통한 세종시 수정 문제점 강조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오는 22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내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간 의총을 통한 공개적 충돌이 예상되고 있는 것. 특히 의총을 통한 당론변경을 강행할 경우 친박은 단체로 불참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세종시 당론을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169명 중 '3분의 2'인 113명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친이계 의원이 90명 안팎인 상황에서 20여명 되는 중도파의 '절대'지지가 없는 한 당론 변경은 불가능하다.
현재 중립성향의 의원들이 수정안에 찬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론변경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중립성향의 원희룡 의원은 17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원안과 수정안중에서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수정안을 선택할 것"이라며 "행정도시도 좋지만 경제도시의 내용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중립의원들이 세종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당내 권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 초선 의원들도 섣불리 입장 표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례대표 출신인 한 초선의원 측은 "중립성향의 초선의원들이 반대나 찬성에 쉽게 입장을 나타내기 어렵다"며 "미래 권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눈치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한나라당의 지도부와 친이계 의원들은 당론 변경을 위한 '끈질긴' 설득 작업에 들어갈 태세다.
정몽준 대표는 "세종시의 성격을 고려하면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한 두번의 의원총회로 세종시 논의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를 언급하며 "모 선수는 '성공이라는 못을 박으려면 끈질김이라는 망치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정치인에게도 필요한 마음가짐이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4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초선의원까지 폭넓게 의원들을 만나고 대화하겠다"며 세종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설득작업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의총 단체 불참 등을 계획하며 반대 의사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친박계 이경재 의원은 "이전에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막는 것을 비판했다"며 "의총을 여는 것은 좋지만 의원들 개개인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중진인 이해봉 의원도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 임기 마지막까지 갈등이 지속된다"며 "지도부는 대통령을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야당은 여당의 내홍 움직임을 적극 활용해 자신들에게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야권은 현재 '세종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이를 통한 세종시 수정의 문제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세종시 문제 국정조사가 필요는 국민적인 요구다"며 "세종시 문제를 국정조사해서 빨리 안 될 일은 포기하고 원안대로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 팽재용 기자 paengm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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