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계에서는 STX의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를 두고 '인수합병(M&A) 귀재'로 알려진 강덕수 STX 회장이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TX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해외 건설 및 플랜트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룹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차입금 규모가 현금성 자산에 2배가 넘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는 자칫하면 제2의 금호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강덕수 회장의 '매직'은 어디까지
"향후 10년간 미래를 이끌어줄 전략 지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성장동력인 에너지ㆍ건설ㆍ플랜트 사업을 확대 발전시키겠다."
강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실제로 STX는 지난해 가나 정부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주택건설 사업을, 이달 초에는 이라크로부터 30억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각각 수주했다.
따라서 강 회장은 대우건설의 월등한 시공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인력들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선ㆍ해운에 집중된 그룹 사업구조를 에너지ㆍ건설ㆍ플랜트 부문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강 회장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너지효과를 고려하면 대우건설은 STX에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금호사태를 거치며 인수가가 낮아진 점도 강 회장이 행동에 나서게 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강 회장은 M&A를 통해 그룹 출범 10년 만에 STX를 매출 30조원의 재계 순위 12위(공기업 제외) 기업으로 일궜다.
2000년 쌍용중공업의 최대주주에 오른 강 회장은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 2008년 아커야즈(STX유럽) 등을 잇달아 인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A그룹의 고위 임원은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혜안과 과감한 결단력을 지닌 강 회장이 이번에는 어떠한 마술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에도 성공할까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STX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무리한 인수는 그룹을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것.
STX의 전체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7조7294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인 3조3506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그룹 부채비율도 200%가 넘는다. 이로 인해 증권가에서 STX 회사채는 기피 대상이다.
또한 비상장 계열사인 STX중공업 STX에너지 STX유럽 STX대련의 사전 기업공개(Pre-IPO) 역시 난항을 겪고 있어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빨간 신호등이 커졌다.
아울러 조선ㆍ해운 시황 악화로 인해 최근에 신규 투자한 STX유럽과 STX대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ㆍ해운 시황의 개선이 불투명한 시점에서 STX는 당분가 재무건전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조언한 뒤 "무리한 인수는 자칫하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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