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 |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자산 규모는 2억8000만원이라고 한다. 그 중 약 80%에 해당하는 2억2000만원이 주택 등 부동산이고 은행저축 등 금융자산은 5700만원으로 약 20%, 자동차 등 기타 자산이 760만원 정도로 3%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주택·부동산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재화를 넘어 부의 분배를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계의 자산형성 과정에서 건설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건설산업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국부형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부조사 결과에 의하면 금융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체 국부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7배에 이르는 6940조원이다. 이 가운데 약 35%에 해당하는 2440조원이 각종 건축물 및 사회간접자본 등 건설 시설물이다. 그런데 국부 총액에는 토지와 산림, 지하자원 등 경제활동에 의해 생산되지 않은 자산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비생산자산을 제외하고 건설산업에 의해 생산된 시설물이 전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추계된다. 외국의 경우 건설 시설물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정도다. 어느 나라에서나 건설산업은 국부를 형성하는 핵심 산업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일상적인 소비활동과 밀접하다면 건설산업은 사회의 골격이 되는 시설물들을 축적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특성이 강화되기도 한다. 짧게는 며칠, 길어야 몇 년 쓰다가 버리는 일반 상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건설활동에 임하는 자세는 긴 안목을 가지고 기본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
선진 외국은 장기간 자본스톡을 축적해왔지만 우리나라는 그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양과 질 모두에서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인프라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가운데 거의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택도 보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하지만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욕실 등이 없는 주택이 10%를 넘는 등 질적인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더구나 IMF 외환위기 이후 공공 건설투자에 소홀하여 지난 10년 동안 실질 인프라 투자는 12%나 감소했다. 저조한 시설투자가 장차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또 투자 확대도 필요하지만 관련 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규제의 약 5분의1이 건설교통 관련 규제이다. 국토부 규제가 34개 정부 부처 중에서 단연 톱이다.
건설 규제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그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 전체 건설 관련 규제 중 55%가 가격 또는 진입제한 등에 관한 경제적 규제들이다. 주택관련 규제만 보더라도 분양가상한제, 임대주택 및 소형주택 의무공급, 후분양 규제, 분양권전매 제한, 대출규제 등 다양하고 강력한 규제들로 넘쳐난다.
규제를 통해 소망스러운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경우가 많다. 특히 복잡한 시장경제에서 바람직한 가격수준을 규제로 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여러 사례들이 말해주고 있다. 최근 사례로 2007년 짐바브웨는 물가가 급등하자 상품가격을 강제로 낮추는 조치를 단행했다. 처음에는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생산은 중단되고 상점에서 물건은 자취를 감추었다. 사재기와 약탈이 이어졌고 병원에서는 물자부족으로 환자들이 죽어갔다. 결국 1년만인 2008년 물가는 1억5000만 배나 올랐다고 한다. 무모한 선의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사례이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건설산업을 둘러싼 규제가 너무 심각해 이제는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국내에서는 삼류 취급을 받아도 해외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다. 훌륭한 능력을 가진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인정받고 특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국민과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건설산업이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부국으로 가는 하나의 첩경이다. 건설산업이 선진국다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바란다. <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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