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H공사 상인들은 '나몰라라', 대형사만 '어서옵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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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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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새끼 한마리 없어. 청계천에서는 하루 100만원은 벌었지. 입주 석달째가 가까우나 공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냐. 오늘은 단돈 10원도 못 벌었어."(가블록 상인 J씨)

그랜드오픈을 불과 20여일 앞둔 서울시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의 현 주소다. 입점률이 꽤나 올라갔다는 SH공사의 말과 달리 을씨년 스럽다. 괜찮은 상가라면 앞다퉈 입주경쟁이 치열해야 할 1층은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 정작 고객은 없고 일부 상인과 보안요원만이 간간히 눈에 띈다.

청계천상인들의 이주 목적으로 1조원 이상이 투입돼 건립된 이곳에서 옛날 청계천 상인이 돌아왔다는 얘기는 가뭄에 콩나기식이다. 그들이 비운 자리엔 대신 이마트와 뉴코아아울렛이라는 대형업체가 입점을 앞두고 있다는 커다란 현수막만이 걸려있었다.

한 상인은 "어제 가게에 진열할 물건을 가지고 올라오려는데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관리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입점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상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SH공사 측의 의도와는 어쩐지 배치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상인이 소유한 점포의 위치가 모든 문제의 실마리였다. 상인이 소유하고 있는 점포는 다름 아닌 이랜드의 뉴코아아울렛이 들어서는 가블록 영-패션관 1~7층 사이에 있었던 것이다.

박희수 SH공사 가든파이브 추진단 본부장은 "이미 입점해 있는 상인들의 '알박기' 때문에 대형 업체의 입점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이달 초 이랜드(뉴코아 아울렛) 측과 정식 계약이 체결되면 가블록 전체를 폐쇄하고 아울렛 입점을 위한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인들이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하루 빨리 개장해서 상권이 활성화 돼야한다"며 "이래서는 도저히 버틸수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식 개장에 대해 박 본부장은 "이미 일부 상인들이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개장은 이미 했다고 보면 된다"며 "그랜드 오픈이라는 것은 오픈 행사라고 보면 된다.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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