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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희 시론] ‘한국형’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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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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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 희 (이대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회원)

   
 
 
실업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4백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구직이 너무 어려워 포기해버린 ‘실망실업’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5백만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작년 중 정부의 발 빠른 재정지출 확대와 견실한 수출부문의 활약에 힘입어 경제회복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민간부문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자 감소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즉 고용효과가 크다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이미 대부분 해외로 이전됐다. 노동집약적이 아니라도 노사관계가 복잡한 제조업들은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한 경우가 많다. 아직도 국내에서 조업을 계속하는 제조업들조차도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자체 개발해 가급적 인력을 덜 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영전략은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경쟁시대에 불가피한 것이며 오히려 권장할만한 전략이다.
그러면 어디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단 말인가? 결국 해답은 서비스산업의 확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서비스산업은 선진국 경제에서 성장 동력을 더 많이 창출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고용창출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OECD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일본․독일의 경우 서비스업이 GDP의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80%를 넘고 있다.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4%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47%와 60% 선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학계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서비스업이라고 해서 모든 업종이 고용창출과 성장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고용과 성장에 공히 도움이 되는 업종은 생산자서비스업종, 유통서비스업종, 지식기반서비스업종 등으로 나타나있다. 특히 각종 제조업 제품들과 연계된 애프터서비스, 가전제품이나 중장비의 수리서비스, 마케팅 및 세일즈서비스, 신속운반서비스 등은 최근 일자리 창출의 선두에 서 있다. 지식기반서비스업이라고 볼 수 있는 IT 및 이동통신관련 서비스, 의료, 방송, 문화콘텐츠, 교통, 물류, 교육, 관광 등 분야는 국민의 평균 교육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고용창출에 큰 몫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서비스업종들은 우리 국민의 속성과도 큰 연관이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업종들은 대부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인사무(對人仕務)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측의 인성, 인타의식(認他意識), 친절함, 성취지향성 등을 요구한다. 물론 높은 지식수준도 불가결한 요인이다. 이러한 속성은 바로 우리 한국인이 자랑할 만한 것들이다.

여기서 고급 유통업인 이마트의 성공 사례를 들어본다. 이른바 한국형 할인점으로 알려져 있는 이마트는 단순히 상품을 싸게 파는 곳이 아니고 동양인의 쇼핑정서와 구매습관을 철저히 연구하여 일본과 중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서까지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선반의 높이를 동양인의 키 수준에 맞추고 상품의 내용물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박스를 개방했다. 반품은 세계 어디서나 가능토록 조치했으며 반품 시 영수증의 유무에 구애받지 않도록 고객을 배려했다. 또한 모든 매장을 직영체제로 하는 것보다 여러 업체에 매장을 임대해 주면서 친절과 가격 면에서 업체 간 경쟁이 일어나도록 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에 106개의 점포를 갖고 있으며 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인성에 맞는 서비스업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길이다. 앞에서 열거한 서비스분야가 대개 이에 해당된다고 볼수있다. 정부는 이 분야를 확대하는데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력이 과연 ‘이런 분야를 선호하느냐’ 또 ‘이런 분야에 쓸 만한 인력이 있느냐’ 하는 것을 모두 고려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각종 서비스분야를 개발․육성하는 것은 물론 동시에 우수한 인력을 공급해낼 수 있는 전문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서비스분야를 발굴․육성하되 기왕이면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장차 한국이 서비스분야에서도 수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을 열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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