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英·伊 6세대 전투기 개발 본격화…캐나다도 참여

  • 기본구상 평가 마치고 상세설계 착수… 드론·위성 잇는 '공중 지휘소'

  • 佛獨 사업 중단에 수출 기대… 참여국 늘면 개발 지연 우려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일본·영국·이탈리아·캐나다 국방장관이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영국·이탈리아·캐나다 국방장관이 21일(현지시간)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가 공동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이 본격화한다. 기체의 기본 구상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상세설계 착수를 앞둔 가운데, 캐나다가 처음으로 옵서버 자격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는 2022년 각자 추진하던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을 통합해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을 출범시켰다. 2030년대 중반부터 퇴역할 예정인 일본 항공자위대의 F-2와 영국·이탈리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대체할 기종을 함께 개발해 2035년부터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스텔스 전투기 전력을 늘리는 가운데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사업 추진의 배경이 됐다.

기체 설계와 개발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영국 BAE 시스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공동 출자한 영국 에지윙이 맡는다. 에지윙은 세 나라 정부가 설립한 국제기관과 46억 파운드(약 9조 330억 원) 규모의 개발 계약을 맺었다. 마르코 조프 에지윙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상세설계에 들어가기 전 콘셉트 평가가 마무리 단계"라며 세 나라에 개발 거점을 각각 설치하겠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전했다. 일본 거점은 나고야에 들어선다.

'6세대'로 불리는 이 기종은 스텔스 성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의 기능을 한층 확장한 전투기다. 개별 기체의 비행 성능뿐 아니라 드론과 무인 전투기, 위성, 함정, 지상부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통제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각 장비에서 모은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적의 공격을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하는 공중 지휘소처럼 기능한다. GCAP의 전자기술을 담당하는 앤드루 하워드 잠정 매니저는 "각각의 드론 등에서 모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지난 21일 런던에서 열린 일본·영국·이탈리아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거쳐 GCAP의 첫 옵서버 국가가 됐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네 나라는 공동성명에서 이를 GCAP의 "새로운 단계"로 규정하고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며 개발·제조에 직접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전투기의 구체적인 성능과 자국 기업의 참여 방식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아 도입 여부를 본격 검토한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 양국군이 일본 주변에서 벌인 군사훈련을 거론하며 "이러한 안보 환경 속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위치에 있는 캐나다를 맞이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참여는 잠재적 도입국을 늘린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도입국과 운용 대수가 늘수록 현장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AI 소프트웨어와 전투기 성능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미네무라 겐지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상석연구원은 "차세대기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가 경쟁축이 되며, 더 많은 현장 데이터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세 나라가 교체하려는 기존 전투기는 모두 300대에 이른다. 다른 나라까지 도입하면 생산량이 늘어 대당 생산비와 참여국의 개발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세 나라는 호주와 싱가포르 등에 참여를 타진해 왔으며, 스웨덴과 폴란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6세대 전투기 경쟁 사업 차질


6세대 전투기 경쟁 사업의 차질도 GCAP에는 호재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이 2017년부터 추진한 '미래전투항공시스템(FCAS)'은 전투기 운용 구상을 둘러싼 이견과 참여 기업 간 대립 끝에 지난달 사업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도 공군의 'F-47'과 해군의 'F/A-XX'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 다만 항공 전문지 에비에이션위크의 토니 오즈번은 "미국은 첨단기술 덩어리인 6세대 전투기를 수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서방 국가로서는 "현재로서는 6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GCAP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핵심 전투체계를 미국에 의존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국가도 늘고 있다.

도입 가능한 6세대 전투기는 제한적인 반면 관련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 조사회사 포춘비즈니스인사이츠는 세계 전투기 시장 규모가 6세대 전투기 생산이 본격화하는 2034년 1265억 달러(약 185조 원)로 2025년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영국의 재정 사정이다. 스타머 전 정부는 지난달 말 '방위투자계획'에 차세대 전투기 개발비 86억 파운드를 담았지만 정부 내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발표가 늦어졌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영국의 재정 불안이 개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국 확대가 오히려 개발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FCAS 중단 이후 독일이 GCAP 합류를 모색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일본 방위성 간부는 독일이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고 "개발 참여를 희망할 것"이라고 봤다. 요구 조건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개발 일정이 밀릴 수 있다. 일본이 일정 준수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중국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도 있다. 2035년 F-2 퇴역과 맞물려 GCAP 배치가 늦어지면 일본 방공 전력에 공백이 생긴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개발 계획에 지연은 따르기 마련이지만, 일본의 방공 능력에 구멍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만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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