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가상자산 시장을 시범 운영하면서 거래 방식과 자금 흐름을 동시에 통제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앞으로 베트남 국내 투자자가 재무부 허가를 받은 서비스 제공자를 통하지 않고 코인을 거래하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거래를 여러 차례로 쪼개거나 익명성 도구를 이용하는 행위도 자금세탁 의심거래로 분류될 수 있어 투자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VnExpress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베트남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시행령 284/2026에서 가상자산 관련 위반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마련했다. 이 시행령은 결의안 05/2025에 따른 가상자산 시장 시범 운영 기간에 적용된다. 시행령은 기관에 최대 2억 동(약 1120만 원), 개인에게 최대 1억 동(약 5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이 기관과 같은 방식으로 규정을 어기면 기관에 부과되는 금액의 절반을 내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는 거래 경로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베트남 국내 투자자가 재무부 허가를 받은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를 거치지 않고 거래하면 3000만~5000만 동(약 167만 원~280만 원)의 과태료 대상이 된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판매가 허용된 가상자산을 베트남 국내 투자자가 거래하는 경우 제재 수위는 더 높다. 시행령은 이런 거래에 7000만~1억 동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 의무도 강화된다. 서비스 제공자가 계좌 개설 때 투자자 신원을 확인하지 않으면 5000만~7000만동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고 가상자산 관련 데이터와 계좌 정보를 허가 없이 수집, 저장, 교환, 판매, 증여하거나 공개하면 1억5000만~2억 동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무허가 영업과 광고도 강하게 제재된다. 허가 없이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를 광고·홍보한 기관은 1억8000만~2억 동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투자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가상자산을 판매하거나 조건을 갖추기 전에 발행하는 행위, 투자설명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행위도 1억5000만~2억 동의 과태료 대상이다.
발행 기관이 감독 당국, 서비스 제공자, 투자자에게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처분을 받는다. 이 경우 과태료는 1억~1억5000만동으로 정해졌다. 시행령 284는 오는 9월 1일부터 효력을 갖는다. 이 규정은 가상자산 시장 시범 운영을 정한 결의안 05/2025가 적용되는 동안 시행된다.
허가 거래소 중심으로 재편…자금세탁 의심 기준도 확대
가상자산 규제는 행정처분을 넘어 자금세탁방지 체계로도 넓어지고 있다. 베트남 국회 상임위원회는 지난 14일 베트남 국가은행법, 자금세탁방지법, 신용기관법 일부를 고치는 법률안에 대해 의견을 냈다. 팜 득 안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는 보고에서 자금세탁방지법 개정안이 ‘가상자산 서비스’를 보고 의무 대상에 넣고 이 분야의 의심거래 징후를 새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가상자산 거래에서 살펴야 할 의심거래 징후 15개를 제시했다.
대표적인 징후는 고객 확인 기준이나 보고 기준을 피하려고 거래를 여러 건으로 나누는 행위다. 계좌를 만든 직후 짧은 시간 안에 입출금이 반복되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이 높은 국가나 지역으로 자산을 보내는 경우도 포함됐다. 손해를 감수하는 가격 조건에서도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자주 바꾸는 행위도 의심거래가 될 수 있다. 여러 계좌나 지갑이 같은 주소로 자산을 보내거나 하나의 계좌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지갑으로 자산을 나눠 보내는 경우도 보고 대상에 들어갔다.
익명성을 강화한 가상자산이나 거래 혼합 서비스를 이용해 자금 출처를 숨기는 행위도 의심 징후로 분류된다. 과거 사기, 온라인 도박, 갈취, 도난 자산과 관련해 표시된 지갑이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와 연결된 거래도 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플랫폼 접속 때 익명 도구를 쓰거나 고객 식별 정보 제공을 거부·지연하는 경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자산 출처를 설명하지 못하거나 등록·허가를 받지 않은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와 거래하는 경우도 의심거래 징후로 제시됐다.
법안을 마련한 기관은 이번 개정이 국제 기준에 맞춰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보완하고 법적 공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평가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담겼다. 다만 입법 심사 과정에서는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판 반 마이 경제재정위원장은 ‘가상자산 서비스’의 개념과 보고 의무가 있는 서비스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심거래 식별 기준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5년 동안 시범 운영된다. 가상자산은 생성, 발행, 저장, 이전 과정에서 암호화 기술이나 디지털 기술로 인증하는 디지털 자산을 뜻한다. 시범시장에서는 가상자산의 판매, 발행, 거래, 결제가 베트남동으로 이뤄진다. 별도 세금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 가상자산 이전과 거래에는 증권과 같은 방식의 세금이 적용된다. 정부는 초기 단계에서 최대 5개 기업에만 거래소 설립을 허용한다. 시장을 본격적으로 넓히기 전에 위험을 통제하고 영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투자자들서 의문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새 규제가 실제 거래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한 독자는 미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가 미국에서 허가받은 코인베이스를 이용할 경우 베트남 기준의 무허가 플랫폼 거래로 볼 수 있는지 물었다.
허가 거래소 목록을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느냐는 반응도 이어졌다. 다른 독자는 “거래소가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합법 거래소 명단 확인 방법을 질문했다. 거래 가능 종목과 상품 범위를 둘러싼 혼란도 제기됐다. 한 독자는 “베트남 거래소가 특정 코인을 지원하지 않으면 국제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또 다른 독자는 “허가된 거래소가 어디인지와 내가 거래하는 가상자산이 허가 거래소에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문제”라고 토로했다.
한편, 거래 쪼개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독자는 “가격이 내릴 때 조금 사고 오르면 일부 팔고 더 오르면 다시 파는 방식은 코인 거래에서 흔한데 이것도 거래 쪼개기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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