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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브리핑]도요타의 날개 없는 추락, 제3물결 시대 종언의 징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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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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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암울한 추락 vs 혁신의 기회’

도요타의 창업주 가문 출신 CEO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는 2010년 초 터진 미국 시장에서의 대규모 리콜 사태와 관련한 미국 하원 청문회의 소환을 끈질기게 거부하며 언론 플레이를 전개 했다. 미국 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이런 행동은 하이에나 같은 미 언론들로부터 매우 건방지고 오만한 태도로 묘사 되었다. 

   
  자랑스러운 도요타의 로고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민심도 “미국이 도요타를 공격하는 건 아시안 하대(下待) 정서 아닌가?” 약간 의심할 정도였다. 또한 세계 1위 자동차 회사 오너 기업주로서 당연한 품위 유지를 위한 행동처럼 비쳐졌다. “설마 그 철두철미하다는 도요타 차량이 결함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어? 미국 사람들이 괜한 시비를 거는 거지”하며 툴툴대는 한국 사람들도 많았다.

“미국 민주당 정부가 일본 길들이기에 나섰다”며 “미국 경기의 장기적 후퇴의 책임을 일본 기업에게 돌리려는 정치적 술수”라며 비꼬는 분석가도 있었다.

하지만 대량 리콜 사태 후폭풍이 점점 거세져 쓰나미처럼 되자 도요다 사장도 차츰 자세를 낮추더니 급기야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며 해외 지사 직원들 앞에서 울기까지 했다.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 오너의 눈물, 결코 흔치 않고 가벼울 수 도 없는 이 눈물의 의미를 두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그 자신에게 “왜 울었냐”고 묻는다면 “비통하고 참담해서 울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
 

보통 사람들은 서러워서 울고 기분 나빠 울고 배고파서 울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 오너의 눈물이란 흔한 눈물이 아닐 것이다. 수 조 원 대 분식회계 혐의로 법정에 선 우리나라 대우자동차의 前 오너 김우중 회장도 눈물을 쏟은 바 있지만, 우리네 농촌 인심처럼 정에 약하지 않고 사무라이처럼 냉정할 것 같은 도요타 오너 기업주의 눈물이라니, 참으로 뜻밖이고 낯설었다.

하지만 그가 염치와 체면을 따지지 않고 울 수 밖에 없었던 사연, 세계인들로부터 그리고 직원들로부터 동정표를 얻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터. 그는 힘겹게 고백했다. “도요타가 감당할 수 없는 과속 성장의 늪에 빠져서 안전 제일주의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지난 해 실적 악화로 물러난 전문 경영인을 제치고 오너 집안의 일원으로서 전면에 나선 도요다 사장은 취임 직후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오너 CEO의 사과에서 드러난 것 처럼 도요타는 수천만 명이 목숨 걸고 타고 다니는 자사 생산 차량 중 몇 대는 운전자나 동승자의 목숨을 앚아갈 수 있는 중대한 결함이 있더라도 ‘너무 많은 차를 생산하다보니 몇 대는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니냐?’ ‘무상수리 해주면 될 거 아니냐?’라며 버텨 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수백여 명이 미국 교통 안전국에 도요타가 생산한 차량의 사고나 결함을 신고 했어도 ‘모르쇠’로 일관한 게 도요타이고 급발진의 원인인 엑셀레이터 고장같은 중대 결함도 ‘잘못 알려지거나 부풀려진 이야기’라며 억울해 하며 숨겨 온 게 도요타라고 추궁 당하고 있다.

도요타 차 리콜 사태 청문회를 주관하는 미 하원 에너지 상공위원회 위원장 헨리 왁스맨(Henry Waxman)은 “도요타가 엑셀레이터에 카시트가 겹쳐지는 사소한 결함이라고 주장했던 것은 사실 전자제어장치 결함일 수도 있다는 게 간과됐다”고 정곡을 찔렀다.

미 하원 청문회 뉴스가 전 세계에 타전되던 몇 주간에 걸쳐 도요타의 인기 차종인 캠리(준대형)와 코롤라(소형차), 타코마(픽업 트럭), SUB 하일랜더, 렉서스(대형),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할 것 없이 거의 전 차종에서 리콜이 쇄도했다. 

   
  도요타 렉서스 생산라인(쓰쓰미 공장)
 
자동차 업계에서 리콜은 흔히 있는 일이며 미국 포드 자동차도 최근 10여년 간 1,600만여 대의 리콜을 했다지만 도요타는 연간 생산 대수를 넘어서는 숫자의 차량을 연간 리콜하며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2010년 2월 현재 850여 만 대가 리콜 중이라고 한다.

더구나 도요타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직원을 매수하여 신고 사항을 누락, 축소 시켰다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일본 차 때문에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받아 온 미국 자동차노조원들 뿐 아니라 고객들도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 폭로가 도요타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실추 시키며 경영진을 변명도 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미 의회 에너지 상공위원회는 “NHTS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도요타 차량의 급발진 사고로 인해 사망한 운전자는 모두 19명으로 다른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같은 기간 생산한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사망자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라고 밝히며 급발진 사망자 수 세계 1위 자리에 도요타를 등극시켰다. 도요타는 세계 최강 자동차 메이커에서 졸지에 세계 1위의 파렴치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1933년 창립시부터 일본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금자탑을 쌓아 올리며 일본 경제를 먹여 살린 공적이 분명 클텐데, 그 점에 대해서는 누가 나서서 입 벙긋도 하지 않고 있다. 사태가 이러니 오너 가문의 눈에 피눈물이 나오게도 생겼다.

도요타의 날개 없는 추락이 어디까지 일지 당분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전 세계 제조업계의 모범으로 찬양되고 숭배되어 온 도요타 생산방식, 도요타 웨이 자체가 결함과 약점 투성이 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이상 미국 의회뿐 아니라 전 세계 도요타 차 수입국들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2007년 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이 된 도요타
 
이미 도요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고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한 엔고로 망할 지경이던 상황을 렉서스 같은 고가 풀 사이즈 대형차로 미국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반전 시켜온 도요타인데, 바로 그 미국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리콜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시장, 도요타 전 차종에서 리콜 행진이 아직 끝이 안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할 마당인데다 리콜에 대응할 직원의 숫자 마저 모자라고, 가뜩이나 과속 성장 과정에 시달려온 종업원들을 더욱 높은 노동 강도의 현장으로 내몰아야 하니,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따로 없다. 한마디로 암울한 지경이다

이런 사실에 둔감한 시장은 한국 뿐인 것 같다. 리콜 사태 한복판에도 우리나라 도로에는 아직 렉서스가 흔하게 돌아다니고 벤츠 대신 렉서스를 타줘야 강남 신귀족 행세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하다. 렉서스는 신분이 되었고 캠리는 현명한 선택으로 간주되고 있다. 도요타의 추락은 커녕 렉서스가 리콜 대상이라는 것 마저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곧 컴백할거야. 도요타가 어떤 회산데...도요타 차 좋아. 양키들이 배아파서 저러는 거야” 이런 소리도 들린다. 과연 그럴까? 도요타는 오너가 눈물을 뿌리고 미 의회 청문회를 무사히 넘긴 뒤, 추락을 멈추고 혁신의 궤도 위를 달릴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자본주의 경제 저성장기를 꿈꾸듯 독주(獨走)해 온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다시 땅에 떨어진 평판(評判)을 챙겨 날개를 달고 비상(飛上)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해답을 도요타 사람들의 애환과 애증의 드라마를 인간적 숨결로 작성한 탐사 리포트 ‘토요타의 어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탐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요타가 세계 최고의 원가절감 실적과 매출액을 자랑할 때 그 명성을 유지하느라 희생된 사람들은 급발진 사고로 불구가 되거나 사망한 고객들만이 아니었다. 내부 고객인 종업원들도 도요타의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생산 방식 즉 ‘도요타 웨이’의 희생양이 되었다. (‘저스트 인 타임’이란 재고를 0%로 만드는 낭비 제거술이 적용된 조립 라인 운영 방식을 말한다. 1970년 대 도요타 생산라인의 개선을 주도했던 당시 핵심 경영진 故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가 제창한 도요타만의 고유한 생산 및 관리 방식이다) 파견 사원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정규직원이 과로사 하기도 했다.

하루 5시간이 넘는 잔업과 작업 외 과외활동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서른살 신혼 무렵에 과로사한 직원은 회사에 죽도록 충성했지만 산재보험 처리도 받지 못했다. ‘자기 관리를 자기가 했어야지, 왜 죽어서까지 도요타 욕을 먹이나?’는 식의 싸늘한 시선이 꽂혔을 뿐이다. 신혼의 단꿈에 젖을 겨를마저 없었던 꽃다운 신부는 남편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덕에 남은 도요타 직원들의 잔업시간이 월 45시간 정도로 줄었다지만 맹목적인 워커홀릭 조직 문화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도요타의 오늘날 리콜 사태의 원인이 사람을 기계처럼 다루는 ‘도요타 웨이’의 원리 자체에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토요타의 어둠’을 읽노라면 ‘도요타 웨이’의 핵심인 ‘저스트 인 타임 방식’이란 사실상 사람을 자동차 만드는 다기능 기계로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앞 공정이 밀어 내는 양과 속도에 따라 일괄적으로 제어되는 자동화 공정이 아니라 거꾸로 뒷 공정이 앞 공정에게 생산과 운반, 인수 등을 요구하며 재고를 0%화 하는 소위 ‘간판방식’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원가절감엔 최고의 효율이 있을 지 몰라도 극도의 인간통제, 인간의 로봇화를 전제하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런 체바퀴 도는 시스템 자체가 대량 리콜 사태의 주범이 아닌가, 하는 게 '토요타의 어둠'이 지적하는 바다. 이 보고서는 도요타 종업원들이 한계적 노동생산성의 피로 증후군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도요타 경영진들은 종업원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를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고발한다.

   
 도요타 공장의 노조원들의 현황 설명
 
불평 불만과 노무조건 개선 요구는 끊임없는 업무 독려와 질책, 개선활동, 쳌쳌쳌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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