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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트렌드]도요타의 미래 예감하게 하는 '토요타의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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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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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날개없는 추락

2010년 2월 전 세계 초1류 자동차 기업으로 등극한 지 3년 만인 도요타 자동차가 엑셀레이터 고장 사태 등으로 대량 리콜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10개월여 만에 850만 대나 리콜 됐다는 ‘도요타 사태’는 자동차를 수입하는 모든 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며 전 세계 운전자들,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과연 도요타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중대 결함이 아니다”며 버티던 도요다 사장이 끝내 “감당 못할 과속 성장의 늪에 빠져 안전제일주의를 잃어 버렸다”며 고개를 숙였을 때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창업자의 손자이자 오너 사장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는 해외 지사 임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고 이 눈물이 ‘악어의 눈물’인지 ‘반성의 눈물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자동차를 수출한 전 세계에서 도요타는 코너에 몰려 있으며 더구나 지난 수십 년간 호령해 온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유지가 불투명해졌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아주 작정하고 도요타를 닦아 세우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 자동차 노조원들은 물론 고객들도 시위를 벌이며 가세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일자리를 빼앗아간 원수로 대하고 고객들은 급발진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감정이 진정되고 차츰 이성이 회복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대량 리콜 사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도요타의 장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성능 좋고 연비 좋고 안전하며 가격까지 저렴한 도요타 차가 대체 갑자기 왜 안전하지 않다고 난리인 것일까?

미국 발 언론보도는 다 진실일까? 그렇다면 이제껏 알려진 도요타 생산방식의 위대함, 세계 최강이라는 그 명성은 어째서 생긴 것일까? 도요타의 사과는 진심일까? 도요타도 나름대로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멋쩍은 사과만 되풀이 하고 있는 도요타의 반격은 언제쯤 시작될까? 그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증은 점점 의구심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도요타에 대한 정보는 매우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도요타의 문제점에 대한 정보는 접할 수 없고 좋은 정보 밖에는 수집할 수 없는 환경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도요타 관련 정보가 ‘칭찬’과 ‘따라하자’ 일색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에는 180여 종의 도요타 책이 검색되고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도 약 70~100여 종이 서고에 꽂혀 있긴 하다.

모두 1970년 대 대표적인 도요타 맨이었던 오노 다이이치가 창안한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과 '간판(看板) 방식’(* 주1)을 찬양하는 책들이다. 단 한 권도 도요타의 문제점을 짚은 책은 없다. 더구나 대량 리콜 사태를 예견하거나 암시라도 한 책은 없었다. 도요타의 생산 방식, 판매 방식, 노무관리 방식이 세계 최고라는 책들만 있었다. 심지어 하청업체인 ‘덴소’의 세계적인 기술력과 정신을 칭찬한 책도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 삼성과도 비교될만한데, 삼성을 비난하는 책은 이병철 선대(先代) 회장 생존 당시부터 있어 왔고 2010년 2월엔 부장검사 출신으로 내부 고위 임원이었던 사람이 폭로물을 써 소리 소문없이 잘 팔려 나가는 중이다. 시민단체나 일부 언론도 걸핏하면 삼성을 물어 뜯고 구중심처(九重深處)의 비사(秘事)를 털어 놓으라고 압박하곤 했다. 삼성은 쉴새 없이 공격받고 헐뜯긴 대기업의 대표주자였다. 급기야 2008년 4월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떠받들려지던 오너 이건희 회장이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과 비교하면 도요타는 무결점의 신화를 쌓은 천상의 기업인 듯 하다. 게다가 도요타 차 대량 리콜 사태가 전 세계에서 판데믹(바이러스성 전염병이 하루만에 대륙간 이동을 하는 현상) 처럼 번지고 있는데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근본 원인을 파헤치거나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미 하원 에너지 상업 위원회 등의 입장을 받아쓰는 보도 기사들이 대다수다.

도요타가 한국의 대기업 같으면 벌써 회장 자택 앞에서 잠복한 기자들이 새벽 댓바람에 경영권 변동 운운하며 마이크를 들이대는 일도 벌어졌을 법하다. 하지만 도요타와 관련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도대체 도요타는 어떤 기업인가? 신성불가침 위의 그 어떤 특별함이 도요타에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토요타의 어둠’ = 어글리 도요타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인위적인 드라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2007년 일본에서 발간된 한 권의 다큐멘터리 탐사 보고서에 의해서다. 일본의 인터넷 언론 매체인 마이 뉴스 재팬(Mynewsjapan)이 피해자 증언을 녹취해 게재한 기사를 책으로 펴 낸 것이다. 이 책은 출간 3년 만인 2010년 2월,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어 서점에 깔렸다. 바로 이 책 ‘토요타의 어둠’이다.

‘토요타의 어둠’의 내용은 그동안 알려진 도요타의 이미지와 너무도 달라 매우 충격적이다. 이 책에 따르면 도요타는 더 이상 초일류 기업의 대명사가 아니다. 도요타는 ‘어글리 도요타'임을 끝까지 숨기고 연명해가는 짝퉁 초우량 기업이다. 마치 성형 미인이 사실을 숨긴 채 이쁜 체로 벌어 먹고 사는 것과 같다.

도요타는 또 “자기 발 앞에 놓인 바나나 껍질을 치우고 넘어지지 말고 걸어라”는 주위의 권유를 들은 체 만체하다 결국 미끄러져 자빠지는 어리석은 경영진들의 아성(牙城)이다. 게다가 마치 ‘북한’처럼 언로(言路)가 막히고 위 아래 소통이 안되며 일상의 대화조차 쉽지 않은 빅브라더의 감시 지옥이다. 생산 라인에서는 분초 단위로 개선사항을 체크하고 점검하면서 거의 썪어 가기 직전인 수십년 된 젊은 직원들의 기숙사는 그대로 방치하는 두 얼굴의 야누스다. 

게다가 상사와의 친목회 이벤트랍시고 회사 돈으로 스트립 댄서를 공장 안에 불러 들여 만지고 놀아나면서도, 변변한 휴일도 없이 하루 5시간 넘는 잔업에 시달리다 과로사한 신혼 단꿈의 30대 직원의 유족에게는 얼음처럼 냉정한 이중인격자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하며 연봉도 많이 받는 정규직원들은 하청업체 파견 사원을 들들 볶아 실적을 채우고 절반의 연봉으로 버티는 하청업체 사원은 우울증에 걸리게 하는 ‘어둠의 제국’이다.

부정 비리나 결함 은폐 사례, 실패한 노무 관리 사례 등이 신문이나 출판물에 실리는 것은 연간 1조엔에 달하는 막대한 광고비 집행과 로비, 정경 유착 등으로 사전 봉쇄하는 ‘감추기의 달인’이다.

세상에! 도요타가, 세계 1류 도요타가 이런 회사였다니, 한탄이 절로 나올 사연들이 육성으로 토로되고 있다. 우리나라 방송사 같으면 한 가지 사연만으로도 TV 고발 프로그램을 충분히 만들고 남을만한 사연들이다. 하지만 이 사연들은 2007년 여러 출판사와 언론사들을 전전하며 외면 당한 끝에 겨우 일본에서 첫 선을 보였다고 한다.

이 책은 ‘007 작전’을 방불하는 여러 사람들의 알음 알음 작업 끝에 단 며칠 만에 긴급하게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시의 적절한 타이밍에 반드시 섭취해야 할 해당 지식을 공급해 준 출판계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필요할 때 섭취하는 지식의 가치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데, 이 책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들은 정에 얽매어 ‘인간적으로 직원들 사정 좀 봐줘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자 이 탐사 리포트를 쓴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저자들의 관심이 도요타가 세계 최고의 원가절감 실적과 세계 자동차 업계 최대의 매출액을 자랑할 때 일부 급발진 사고로 불구가 되거나 사망한 고객들만 희생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객들은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하면서 홀대 당했지만 종업원들도 무결점 완성차를 시장 수요에 적시 부응하여 생산하기 위해 저스트 인 타임에 맞추어 로봇처럼 일하다 스러져 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 책은 도요타 생산방식의 문제점을 분석한 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탐독하다보면 자연스레 아, 이래서 중대 결함을 은폐하는 문화가 일상화되고 죽도록 일한 직원들의 희생 아래서도 잘못이 시정되지 않았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통계가 보여주는 성공 이면에 존재하는 인본주의 경영 실패의 전형적인 모습을 감지할 수도 있다. 소위 도요타 웨이 방식의 결함은 무엇이며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강력히 신호를 보내는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떨까? 이런 의문이 자연스레 떠 오른다.

‘세계 제일, 독특한 성공적 생산 및 생산 관리 방식을 창안해서 수 십 여 년 간 성공가도를 달려 왔던 도요타가 저 지경이라면, 일본 기업들의 시스템과 혼(魂)을 따라 배우기 여념 없었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떤 형편일까? 우리는 또한 이 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Goodbye Toyota!

젊은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사실을 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 관리 방식과 조직 문화는 일본 기업의 판박이다. 일제시대 36년간 일본 자본에 의해 근대화가 추진된 탓이 크고 2차 대전 이후 승전국 미국의 세계 전략이 그렇게 짜여진 게 결정적 원인이다.

2차 대전 직후 한국의 근대화는 딱히 미국 정부의 관심은 아니었으나 1950년 6.25 동란(전쟁)을 계기로 일본의 경제적 발전과 한국의 경제성장이 상호 시너지가 난다는 판단에 따라, 또 지배층의 구조가 너무 비슷해서 함께 어울려 근대 공업입국을 실현해 온 역사다.

제철과 중화학 공업, 자동차 회사와 반도체 회사 등 거의 모든 회사들이 일본 차관과 선진 기술로 대한민국에 들어 왔고 자리도 잡았다. 이병철 회장도 “(꼼꼼한) 일본식 경영을 좋아 한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일본을 모방했다. 경영의 관점에서 태평양 건너 문물을 수입하는 비용보다 비행기로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이웃 나라에서 수입하는 게 당연히 큰 이익이다.

이래 저래 우리나라 근대기업들은 일본식, 일본적 조직문화, 일본혼에 물들어 21세기를 맞이했다. 2000년 대 들어 미국식 금융이 깊이 뿌리 내리고 일본보다 뛰어나다는 인터넷 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아직도 절대 비중이 높은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 것은 거의 우리 것화 되어 있다. 미디어나 영화, 출판 문화 산업도 콘텐츠는 일본 것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실이다.

기업 경영에 국경이 없어지는 게 트렌드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독 깊숙이 받아 들인 게 바로 도요타식 경영방식이다. 미국식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과 품질관리(QC), GM의 6시그마 방식은 우리나라 기업들로 곧장 수입되지 않고 일본을 거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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