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9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혼전을 거듭한 신울진 원전 1ㆍ2호기 건설 공사에서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시공권을 거머줬다. 현대건설의 승부사 기질은 낙찰률 80%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저가낙찰공사에서 그것도 1조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피튀기는 혼전의 후유증은 여전하다. 승자는 활짝 웃었으나 탈락자는 패배를 승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불복에 따른 후속 조치 얘기도 나온다. 워낙 큰 프로젝트기에 반목의 앙금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대표기업 간 반목과 대립에는 사실, 판관인 한수원의 허술한 계약행정과 어정쩡한 입찰집행도 한 몫했다.
지난 15일 늦은 저녁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신울진 원전 공사 입찰 과정은 발주처의 아마추어리즘, 참여 업체의 무분별한 경쟁이 어울려 한편의 촌극으로 전락했다.
단순한 전자오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사이버 수사대에 해킹 여부 조사까지 의뢰한 어수룩한 발주기관은 촌극의 주인공이었다. 또 입찰방식의 혼선을 뜸 타 어떻게든 자신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건설사는 조연이었다.
촌극의 주연은 최저가낙찰방식의 변형과 낙찰자에 대한 후속공사 주간사 참여배제 등 국가계약법령에 배치되는 입찰조건 변경을 밥 먹듯 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하게 판단돼야 할 원전 시공력 등 각 업체의 기술력은 뒤로 밀렸다.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총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 공사를 수주하며 세계 원전건설시장의 샛별로 떠올랐다는 자부심은 어느새 사라졌다.
이런 후진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한 우리 원자력 업계가 앞으로도 해외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미 미국ㆍ일본ㆍ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의 견제는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400기, 금액으로는 약 120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개막이다.
국내에서도 이번 신울진 1ㆍ2호기 원전에 이어 내년에 신고리 5ㆍ6호기, 2012년 신울진 3ㆍ4호기 등 국내 원전 발주도 계속 줄을 이을 전망이다.
하지만 규모의 성장을 넘어 우리나라가 진정한 원전 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려되는 바, 향후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우리 업체끼리의 출혈경쟁이다. 지금의 해외 플랜트시장에서 한국업체 간 저가 수주전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안에서 깨지는 독 바깥에서 깨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장정의 경기는 막을 내렸다. 기자의 생각이 기우(杞憂)임을 신울진 경합 4개사가 보여주길 기대한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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