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에 기부금 강요한 대형병원 5억5천 과징금

제약사에 기부금을 강요한 대형 종합병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18일 제약사들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기부금을 강요한 가톨릭학원(가톨릭중앙의료원)과 연세대학교(연세의료원)에 대해 각각 과징금 3억원과 2억50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톨릭중앙의료원은 2005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의대 학생회관 건립 명목으로 총 170억9900만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연세의료원은 2005년 3월부터 2007년 6월 사이 병원 건립을 위한 기부금 61억4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들 병원은 서면이나 구두로 제약사들에 먼저 기부금을 요구하는 한편, 회사 매출액에 따라 기부금액을 정해주고 납부시기와 방식도 직접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소 제약사를 제외한 80여개 제약사는 평균 10억원씩 기부금을 냈다.

공정위는 또 제약사로부터 4억7000만원을 모금한 서울대병원과 4억5300만원을 수령한 대우학원(아주대의료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각각 병원연수원 부지 매입과 의과대 교육동 건립 명목으로 기부금을 받았다.

안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들 대형종합병원의 행위는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거래관계 유지나 불이익 방지 등을 대가로 거래상대방인 제약사에 전가한 것으로 그 의도나 목적이 부당하고 기부금도 순수한 기부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4월 1일부터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본격 시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 규약상 앞으로 기부금 납부 여부는 기부금을 내는 주체인 제약사가 결정하게 된다. 납부된 기부금은 한국제약협회의 기부금 공모 절차에 따라 한 곳에 모였다가 다시 적합한 곳에 배정된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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