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업대출 입맛대로…운전자금 '인색' 시설자금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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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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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기업 운전자금 대출에는 인색한 반면 담보 확보가 용이한 시설자금 대출은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입맛대로 대출을 골라 해주는 은행권의 행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은행들의 기업 운전자금 대출은 1월 말 기준 800조2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조5404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년 증가액 79조4301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지난 1999년 9조7999억원 감소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

예금은행의 운영자금 대출 증가액은 1월 말 기준으로 2007년 67조8781억원, 2008년 85조5344억원, 2009년 79조4301억원으로 매년 높은 증가세를 그려왔다.

기업들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받는 외상채권 대출도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 말까지 269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1년의 192억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예금은행의 운전자금 대출 및 외상채권 대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것은 경기침체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도 은행들의 대출 확대를 가로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운전자금 대출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채권시장 확대로 기업들의 직접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운전자금의 경우는 단기자금이라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 외에도 조달 수단이 여럿 있다"며 "최근 기업어음(CP) 시장이 커진 것도 기업들의 직접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예금은행의 시설자금 대출은 1월 말 기준 155조498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조5675억원 증가하며 3년 연속 20조원 안팎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은행의 시설자금 대출 증가액은 1월 말 기준 2005년 9800억원으로 저점을 형성한 뒤 2006년 5조1235억원, 2007년 14조9323억원 등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설자금 대출은 토지·설비 등을 담보로 잡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 대출이 용이하다"며 "정부가 경기 회복을 이끌기 위해 은행과 기업들에 설비투자 및 관련 대출 확대를 독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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