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권투자 확대 '자충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3-29 15: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난해 말 고금리 예금을 통해 수신을 늘린 은행들이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 들어 대출 수요가 감소한 데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마땅한 투자처가 사라진 데 따른 대안이다.

다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될 경우 수신금리가 채권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해 은행의 역마진이나 수익성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출구전략 시도로 채권금리가 오를 경우(채권가격 하락) 채권의 평가손이 발생해 은행의 손실이 예상된다.

29일 한국은행과 채권시장,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 1~2월 두 달 동안에만 총 11조1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10조9000억원보다 2000억원 많은 규모다.

올 들어 은행들이 채권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고금리 예금을 통해 수신을 대폭 늘렸지만, 마땅한 대출 운용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은행들의 수신은 37조7000억원이나 증가했지만, 대출은 오히려 1조6000억원 줄었다.은행 입장에서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신과 같은 규모의 여신을 수신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예대율 및 대출 규제, 대출 수요 감소 등으로 대출이 어려워 지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채권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당분간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띌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 코픽스(COFIX)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3.62%인데 비해 국고채 3년물 금리(26일 기준)는 3.84%에 지나지 않아 은행의 이익폭은 0.18%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0~2.0%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만약 은행들이 수익성 하락을 우려해 회사채 및 장기채로 투자를 확대할 경우에는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출구전략 시행으로 채권금리가 오를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반대로 채권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전용식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들이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비교적 안전 자산인 채권에 울며 겨자먹기로 투자하고 있다"며 "채권금리가 내릴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고 올라도 채권 가격이 하락해 손실을 볼 수 있어 궁극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