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광산 주변 주민들이 폐암, 석면폐증 등 석면이 원인인 것으로 의심되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성 물질로 규정한 원인물질로 인체에 흡입되면 10∼50년의 잠복기를 거쳐 각종 석면 원인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환경부는 31일 충청남도 지역의 석면 광산 14곳 근처에서 거주하는 주민 4057명을 검진한 결과 석면폐증 환자가 179명, 폐암 환자가 7명, 흉막반 환자가 227명으로 각각 확인됐다고 밝혔다.
석면폐증은 폐에 들어간 석면이 기관지나 허파꽈리를 자극해 모세기관지염과 폐포염 등을 일으키는 증상으로, 폐기능 장애와 폐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흉막반은 석면이 폐를 감싼 흉막을 자극해 흉막이 판처럼 두꺼워지는 증상을 가리키며 헐떡임, 호흡부전, 심부전 등을 일으킨다.
전체 검진 참가자 가운데 2175명은 정상 소견을 받았지만, 973명이 흉부 방사선 진단에서 이상소견을 보였다.
이상 소견을 받은 859명은 흉부 단층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903명은 비활동성 폐결핵, 폐기종 등 석면 질환 이외의 병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폐암 의심 환자가 9명 발견됐는데 이 중 1명은 이번 조사에서 확진을 받았다. 6명은 조사 이전에 확진을 받아 치료 중이고 2명은 개인 사정 등으로 정밀조사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폐암은 발병 원인이 다양해 석면 노출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추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석면광산과 무관한 충남 서천군 주민 441명을 같은 시기에 조사했을 때는 34명이 정밀조사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석면폐증, 흉막반, 종양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건강영향 본조사와 대조군에 대한 비교조사를 종합하면 석면 광산의 운영과 인근 주민의 건강 피해 사이에 일정한 관련성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석면폐증, 흉막반 등 진단을 받은 주민은 석면피해구제법 적용의 1차 대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석면피해구제법을 통해 원발성(原發性) 악성중피종, 원발성 폐암, 석면폐 등 질병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 보상액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악성중피종과 석면폐암은 약 3000만원, 석면폐증은 폐기능 장해 등급별로 500만∼1500만원 수준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충남 보령, 청양, 홍성, 예산, 태안의 14개 석면광산에서 1km 이내에 사는 주민들이었고, 70대가 1244명(30.7%)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이상이 3156명으로 전체의 77.8%를 차지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기존 법령의 석면관리 방안에다 지난해 7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더하고 석면관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석면안전관리법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법안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농어촌 지역 슬레이트 건축물 등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으 사용실태와 인체 위해성 등을 조사할 수 있고, 이들 건축물의 석면을 해체·제거·처리할 때 비용의 일부나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행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소유자는 건축물 석면조사를 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건축법 등 개별 법령마다 분산된 석면관리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강화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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