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자산이란 가장의 유고시에 가족의 생활을 지켜주는 자산이란 의미이다.
불의의 사고로 내 가족이 고통스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경제적인 고통은 덜어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런데 보장자산이 질병이나 재해 뿐만 아니라 채무로 인한 고통도 덜어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사업의 실패로 큰 채무를 진 친구가 “아직 빚을 다 갚으려면 한참 남았다. 만약 나에게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누가 받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실패를 딛고 직장에 취업해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부채에 상환하던 친구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을 위한 종신보험에 들었고, 빠짐없이 보험료를 내며 계약을 잘 유지해왔다. 그런데 부채를 다 청산하기 전에 사고가 생기면 보험금이 가족이 아닌 채권자의 몫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나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험금은 부채와 상관이 없다. 대법원의 여러 판례에서 ‘보험금은 수익자의 고유재산이다’라고 판시되었기 때문이다. 부채의 액수가 아무리 커도 마찬가지다. 좀 심하게 말해 채무자가 부채를 갚지 않고 재산을 모조리 보험료에 납입해 받은 보험금이라 하더라도 그 수익자(유족)의 원래 재산으로 인정받는다.
상속은 재산과 부채가 같이 이전된다. 부채가 너무 커 상속포기나 한정상속으로 재산의 이전을 포기하더라도 보험금은 여전히 수익자의 재산이다. 압류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유족에게 반드시 지급된다.
아무리 절망적인 부채에 사로잡혀도, 죽을 때 까지 갚지 못할 빚에 시달려도 가족의 살 길은 마련되는 것이다. 절묘하지 않은가? 그래서 ‘보장자산’이다.
친구에게 이 같은 얘기와 판례를 보여줬더니 걱정을 덜었는지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는 지금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는 중이다. 꾸준히 부채를 상환하는 그를 보고 채무자도 이자를 덜어주었다.
만일 보험금마저 채무의 대상이라면 보험이 이 사회의 안전장치 구실을 잘 할 수 있을까? 친구 또한 보험에 가입하지도, 의욕적으로 생업에 복귀하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보장자산은 우리의 삶을 지켜준다. 내 가족이 힘겨워할 상황에 대한 걱정을 덜고 마음의 평화를 얻어 생업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보장자산이 소중한 이유다.
한 가지 기억할 부분이 있다. 보험금이 상속인의 고유재산인 점은 분명하지만 세법상으로는 상속재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어폐가 있는 것 같으나 이 역시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 실질과세의 원칙 및 과세형평을 관철하기 위한 규정이고,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므로,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나와있다.
하긴 이득이 생겼으니 세금은 내야하지 않을까? 게다가 내 가족을 지켜주는 보험금이 아닌가? 법이 그 보험금을 지켜준다면 법이 요구하는 납세의 의무를 짐으로 볼 이유는 없겠다. 거 말 되네!
/손제민 삼성생명SA luckyyou@naver.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