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내부 개혁 드라이브가 노조의 벽에 부딪혀 난관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취임 이후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김봉수식' 거래소 개혁이 경착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있던 거래소 역사상 첫 민간 출신 수장이 된 김 이사장은 거래소 명예 회복의 상징이 됐다. 실제로 김 이사장은 취임 3개월 동안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고액연봉' 방만경영' 꼬리표를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발 개혁에 적지않은 내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복수 노조의 불협화음까지 더해져 거래소 내부 불만이 위험수위에 도달하는 형국이다.
◆노조 통합 미루다 결국 뇌관 터진 꼴
거래소는 지난 2005년 4개 기관이 통합.설립된 이후 2개 노조가 공존해왔다.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 노조가 모여 '단일노조'를, 코스닥위원회, 선물거래소 노조가 '통합노조'를 구성했다.
6일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채용된 13명의 신입사원의 노동조합 가입을 두고 거래소 복수 노조 간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당초 신입직원들은 내부투표를 거쳐 통합노조 가입을 결정했으나 지난 19일 이를 번복해 단일노조에 재가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각 노조는 우리사주 배분 방식을 놓고 신입사원 쟁탈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을 계기로 두 노조 사이는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
일각에선 김 이사장이 노조 통합을 후순위 과제로 미뤄 일을 그르쳤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노조 통합을 향후 과제로 삼겠다"며 태스크포스(TF)팀 설립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거래소 내부 고위 관계자는 "임금협상 등 내부 회의 때마다 각 노조와 따로 협의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배로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노조 통합 문제는 예민한 영역이어서 섣불리 손 댈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내부 발전을 위해 빨리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감사원 감사에서 거래소는 노조 운영비를 지원해오다 적발됐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는 사용자(회사)의 노조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내부 조직 축소로 업무 효율 저하
김 이사장발 개혁은 거래소 본부장 5명 자리를 모두 외부 인사로 채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기존 임원 18명의 일괄사표를 받고 이중 절반을 수리했다. 이후 일부 본부장 공석은 김 이사장과 안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계 출신 인사로 채웠다.
이 때문에 거래소 내부에선 내부 인사 승진길이 막힌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노조는 거래소 본관에 외부인사 영입을 반대하는 성명서와 현수막을 내건 상태다.
김 이사장이 단행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따른 휴유증도 적지 않다. 특히 내부조직 효율성을 위해 5개부서 15개팀을 폐지하면서 직책을 받지 못한 무보직 '부장급 팀원'이 늘어났다. 이들 20여명은 '시니어 노조'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거래소 K팀장은 "보직을 받지 못한 팀장급 팀원에게는 되도록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서 주는 상황"이라며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부서내 새롭게 배치된 인력이 많아 업무처리에도 고충을 겪고 있다. 예정된 인사가 뒤바껴 예기치 않은 공석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올초 라오스 거래소 현지 부이사장으로 발령이 예정돼 준비 중이던 S부장의 경우 엉뚱한 부서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예기치 않게 부이사장 인사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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