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
코스피가 1720선에 안착하고 있다. 주요 상승 원인은 남유럽 재정적자 문제의 완화에 따른 글로벌 주식시장의 안정된 흐름이다. 1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 그리고 이러한 해외시장의 변화에 따라 연초부터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매수 포지션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호조에서 비롯된 1ㆍ4분기 실적 기대 역시 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코스피가 8주 연속 상승한 탓에 단기 상승폭에 대한 부담은 없지 않다. 최근 증시의 상승이 외국인 매수 덕분이란 점에서 과도한 쏠림으로 인한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2005년 이후 코스피가 8주 연속 상승한 사례는 모두 5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상승 추세가 지속됐던 경우는 단 한차례(2007.3~6)에 불과하다. 외국인의 매수 강도 약화 또는 1ㆍ4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 경우 8주 연속 상승에 따른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정압력의 강도와 수준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경기와 기업이익 변화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주 발표된 2월 산업활동 동향은 점진적 경기둔화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행히 광공업 생산은 전월비 3.6% 증가하며 경기둔화 우려와 달리 실물경기 약화가 제한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2개월 연속 하락하며 국내경기 모멘텀 둔화 가능성을 높였다. 경기부양정책 효과가 약화됨으로써 경기 둔화 우려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선 경기뿐 아니라 기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작년 4분기 기업이익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1ㆍ4분기 기업이익(영업이익 기준)에 대한 시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물론 3월 들어 1분기 컨센서스가 소폭 하향조정됐지만 2010년 2ㆍ4분기와 3ㆍ4분기 컨센서스의 상향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낙관적 이익 전망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1ㆍ4분기 기업이익이 예상을 밑돌게 된다면 올해 상향 조정된 이익전망의 조정은 주식시장 전반에 밸류에이션 부담을 줄 수 있다.
단체로 산에 오르면 앞사람이 뒷사람보다 상대적으로 편한 법이다. 피동적으로 뒤따르는 사람이 신체적ㆍ정신적 피로도 쉽게 찾아오는 탓이다. 이달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포지션 변화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외국인이 선두에 나선 상황에선 뒤따르고 있는 국내투자자는 어렵고 피곤한 처지일 수밖에 없다. 펀더멘탈 모멘텀 둔화가 유력하고 단기적인 주가 수준의 부담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역시 앞으로 매수규모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코스피가 8주 연속 상승하면서 경사가 가파르게 변한 만큼 보폭 또한 좁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다면 추가 상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역시 1ㆍ4분기 기업이익이다. 1ㆍ4분기 기업이익은 작년 6월 보다 약 22.4% 상향 조정됐지만 연간 기업이익은 동기간 11.3% 상향 조정에 그쳤다. 1ㆍ4분기 예상이익에 대한 기대가 큰 탓이다. 또한 이익개선 기대와 달리 1ㆍ4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작년 6월 수준을 밑돌고 있다. 매출액 대비 이익 증가가 뚜렷하다면 영업마진 상승을 위한 방아쇠도 필요하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제품가격 상승 효과가 분명하다. 하지만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마진 상승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따라서 1ㆍ4분기 실적은 현재 컨센서스 대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식시장 전반에 작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증시를 오르는 투자자도 만만치 않은 산행을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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