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올 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체율은 오름세를 타고 있어 대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출만기 연장 등 금융위기 이후 실시된 중소기업 지원책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종료되는 데다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까지 예정돼 있어 줄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돈줄은 막히고 연체율은 오르고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나은행이 6339억원 급감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4353억원과 1170억원 가량 줄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중소기업 대출이 2조5000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과 비슷한 수치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본격적으로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기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차츰 회복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며 "아직도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어 신규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1.09%까지 떨어졌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1월 1.47%, 2월 1.63%로 상승 반전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해 한계 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연체율이 하락세를 보였다"며 "올 들어 연체율이 오르는 것은 그 동안 인위적으로 억눌렸던 부분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부실채권 및 연체채권을 대거 상각하고 기존 대출도 많이 회수해 연체율이 떨어졌다가 올 들어 반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시인했다.
◆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지원책 연장 검토해야
문제는 연체율 상승이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로 중소기업 긴급자금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과 대출만기 일괄 연장 등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종료되고 건설·조선사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도 조만간 시작된다.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될 경우 연체율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대출만기가 연장되고 있어 괜찮지만 문제는 하반기"라며 "대출만기가 추가로 연장되지 않으면 롤오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며 "특히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히는 건설사와 조선사는 중소 하청업체가 많아 대출 부실화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도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기업 구조조정이 다시 시작되면 연체율도 함께 높아질 수 있어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전한 중소기업이 희생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경제 전망이 밝지 않아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정부 재정지출이 상반기에 집중돼 하반기에는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고 물가도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 중소기업 대출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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