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하면 된다, 힘든 건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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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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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 미강스틸 사장
1970년대 초의 아침엔 ‘새마을 운동 가요’를 들으며,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무척 흥겨운 일상 중 하나였다는 게 우리 세대들에겐 자랑거리가 될 듯하다.

당시 ‘하면 된다, 무조건 해 보자’란 정신이 없었다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은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때를 살아온 사람들은 지금 이야기 하곤 한다.
 
가난한 학생은 공부로 가난을 극복하려 했다. 가난한 부모님은 아껴 쓰고 다그쳐서 가난을 벗어나려고 했다.
‘세상은 노력한 만큼 꼭 보상을 해 준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의 중노동을 하면 대 여섯 되는 식구들의 하루를 연명할 수 있는 대가는 주어졌다.
이후 나이 들어 보니, 남은 건 별로 없지만 그럭저럭 최선을 다해 산 인생이고 그것이 삶의 보람이라 생각한다.
20세기를 살아온 대한민국인의 인생으로 그만한 존중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헌데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면, 한심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나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요즘의 아이들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차라리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라고 쉽게 생각한다. 정말 화나는 일이다.
이런 이들에게 뭘 바란단 말인가?
‘피와 땀,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쳐가며 일궈낸 이 땅을 이렇게 한심한 이들에게 어떻게 물려준단 말인가?’라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뜻 밖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아시아인에겐 유전자적으로 불리한 시합인 빙속에서, 우리 선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뽐냈다.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는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실력으로 정상에 오른 우리의 아이를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똑같은 인종에게 이런 변화를 주었단 말인가?
모태범 선수가 피에로의 모자를 쓰고 관객들과 환호하고, 같이 뛴 선수들의 무등에 올라탔을 때 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그 즐거움 속에서 억지로 하는 이들과 다른 창의적인 방법과 해답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뭔가를 하는 것이 노는 것만큼 재미가 있으니, 팔 다리가 부러져도 하는 것이고, 코피를 흘려가면서도 밤을 새는 것이다.
 
그렇게 즐기면서, 스스로가 하는 분야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이들이 요즘 젊은이들인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즐기지 못하면,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는 그런 세상인가 보다. 즐기는 사람만이, 특출난 성과를 발휘하는 그런 세상인가 보다.
 
그렇다면 이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그들이 뭘 즐기고, 어떤 걸 재미있어 할지를 먼저 알아내고, 그렇게 찾아낸 그들의 일들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면 된다.
누군가는 컴퓨터를 즐길 것이고, 누군가는 스포츠를, 또 문화를 즐기는 이도 있다. 
그 동안 우리는 무작정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남들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들을 윽박질렀다.
 
정작 우리는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괴로워하다가, 잘못된 짓을 저지르기도 하면서, 그들에겐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잘못된 일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는 그들을 믿어야 한다.
믿지 못하는 것도 잘못 된 것이다.
그들에겐,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잘났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김희선 미강스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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