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도 특허 분쟁에 '몸살'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금융특허가 급증하면서 증권가도 지적재산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회사 대 회사 위주였던 특허 분쟁은 이제 개인 대 회사로까지 번질 정도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영호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과장은 주가 변동에 맞춰 매수 금액을 자동 조절하는 '금융펀드 운영방법(특허등록 제0854246호)'을 모방했다며 하나대투증권을 상대로 특허침해권한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작년 삼성증권이 '슈퍼스텝다운' 주가연계증권(ELS) 상표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면서 증권사끼리 신경전을 벌인 바 있으나 이같은 개인 대 증권사 간 분쟁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조영호 과장은 전날 삼성증권에도 특허등록 사실을 알리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답변 내용에 따라 권한심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 문제 삼은 상품은 하나대투증권 '서프라이스 적립식 자동매수 서비스'와 삼성증권 '스마트 플랜 펀드'로 모두 비슷한 운영구조를 택하고 있다.

문제가 된 하나대투증권 상품은 기준 이상으로 하락시 월별 적립식 매수금액을 늘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성증권 상품 역시 코스피200 하락시 투자 비율을 높인다.

조 과장은 두 상품 모두 하락시 자동으로 저가매수하는 자동 매수(오토 트레이딩) 기법을 도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수 하락시 자동으로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한다는 핵심 내용이 같다"며 "특허침해 의견이 나오면 두 상품에 대한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경쟁사 입장은 다르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일부구성 요소가 비슷하다고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률자문도 받았지만 특허 침해 소지가 없다는 의견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법률적 검토 결과에 맞춰 대응에 나설 것이고 현재로서도 특허 침해 소지는 없다고 본다"며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특허에 비해 채권 비중을 높인 우리 상품은 모방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증권가 특허 분쟁은 작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더욱 늘어나고 있다. 2000년 이후 증권사 보유 금융특허권은 모두 44개로 삼성증권이 16건, 대신증권이 14건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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