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보금자리주택은 부동산시장에서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무주택 서민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보는 반면 민간 주택 업체는 민영 분양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핵폭탄이라고 본다.
정부는 오는 2012년 까지 불과 3년 동안 총 60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둘도 없는 희소식이다. 서울 도심과 멀지 않은 입지에 분양가까지 주변 시세보다 많이 저렴하다. 기존 민간 주택 시장에서 소외됐던 계층의 주거 안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부작용은 민간 주택 건설업자들에게 나타났다.
정부가 계획 중인 보금자리주택의 절반 이상인 32만 가구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조성된 택지지구에 건설된다. 문제는 기존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사업을 하는 민간 주택 업체와 사업영역이 겹치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도권 택지지구 분양은 사업성이 어느 정도 보장 받았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이 나타나고 부터는 도통 희망이 안 보인다. 가격은 더 비싼데 입지는 떨어지다 보니 수요자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최근 만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면 민간 주택 업체가 설 땅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주택은 보금자리주택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민간 주택 업체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이름난 중견건설사의 부도가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올해 2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규모만 약 16조원으로 추산된다. 건설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퇴출되는 건설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이 같은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지난 23일 '미분양 주택 해소 및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건설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공급 시기 조절 방안이 빠진 것이 아쉽다는 평이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탄생한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주택업체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공급 시기를 조금 조정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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