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감혜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전자칠판 조달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이솔정보통신과 인타스라는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OEM방식 등으로 전자칠판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솔정보통신과 인타스는 현재 국내 조달시장에 전자칠판을 납품하고 있는 기업으로,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조달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전자칠판은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이 중소기업진흥법에 따라 대기업의 진출을 2012년까지 제한하고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솔정보통신의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주 코엑스에서 열린 '2010나라장터 엑스포' 전시관에 이솔정보통신의 전자교탁을 전시했다. 중소기업인 이솔정보통신이 생산하는 이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일체형 컴퓨터가 채용됐다. 또 삼성전자의 대형디스플레이를 이솔정보통신의 전자교탁과 연결해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솔정보통신이 전자교탁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우리 회사의 제품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인타스에 OEM(주문자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OEM 방식으로 주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칠판에서만은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B2B담당 관계자는 "먼저 전자칠판 시장에 진출한 중소기업에게서 시장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타스 관계자는 "LG전자가 제품을 소싱해서 준다"며 "여기에 센서와 드라이버를 설치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공공시장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타스 관계자는 "제안서에 LG전자와 협력관계인 것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면서 LG전자와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했다. 인타스의 전자칠판 제품명이 ‘트윈’시리즈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 관계자도 "(전자칠판의) 제품문의 및 수리 등 일체의 사항은 LG전자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설명해 인타스와의 '트윈' 관계임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LG전자는 "해당 중소기업은 LG전자의 TV와 패널을 이용해 전자칠판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라며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진출과는 선을 그었다.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OEM방식 참여는 중기청 고시 위반 사항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제휴나 OEM방식을 통해서 들어오면 안 된다"며 "입찰한 중소기업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어겼을 경우 입찰참여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국내 전자칠판 시장규모는 1000억원 전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90% 이상이 조달시장을 통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1월 정부가 전자교과서를 사용을 포함한 ‘교과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자칠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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