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단기화 "미국·일본보다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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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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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의 시중 자금 단기화 현상이 미국·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에 비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협의통화(M1)가 광의통화(M2)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말 현재 24.3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88%에 비해 1.47%포인트 상승했다.

M2 대비 M1의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은행 저축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투자신탁회사 머니마켓펀드(MMF)처럼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이다.

M2는 M1에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및 부금, 환매조건부채권(RP)·수익증권·금전신탁·금융채·발행어음 등 만기 2년 미만의 금융상품을 포함한 개념이다.

한국의 M2 대비 M1 비중은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천문학적 재정을 푼 미국은 같은 기간 18.87%에서 19.73%로 0.8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유동성 환수에 나선 호주는 1월 말 현재 20.01%로 전년 같은 기간의 19.88%보다 0.13%포인트 오르는 데 불과했다.

경기 쇠퇴기에 접어든 일본은 오히려 이 기간 46.30%에서 45.80%로 0.50%포인트 감소했다.

한국의 투자 대기성 자금이 유독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장기간 유지돼 예금과 채권 금리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장기 금융상품에 돈을 묶어두느니 언제라도 꺼낼 수 있는 단기 상품에 맡겨두고 금리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또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대규모 재정을 푼 것도 유동성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시중 자금이 금융시장에만 머물고 실물로는 전이가 안 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자금 단기부동화 현상이 증가한다는 것은 예비적 또는 투기적 동기로 보유하는 통화가 많아진다는 뜻"이라며 "자금이 금리 인상만 기다리면서 실물로 흐르지 않고 금융시장을 맴도는 유동성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1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시중 유동성 상황을 묻는 말에 "M1 증가율이 많이 높다"며 자금 단기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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