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가 대한항공이 100% 출자한 진에어의 실질적인 경영자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근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팀장도 지난 15일 진에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경영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의 A 임원은 “진에어의 실질경영자는 사실상 조원태 전무”라며 “진에어의 인사, 경영 등을 결정할 때는 김재건 진에어 대표가 직접 조 전무에게 결제 받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고 전언했다.
김재건 대표는 대한항공에서 진에어 출범을 기획하던 저가항공 TF팀장(상무B)에서 진에어로 자리를 옮긴 케이스. 이에따라 진에어 대표이사임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전무보다 직급이 낮아 인사, 사업계획 등에 대한 모든 결제가 조 전무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이다.
진에어의 B 임원은 “요즘 회사내에서 삼삼오오 모이면 ‘대한항공 때문에 못해 먹겠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며 “모회사이긴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영간섭은 도를 넘어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진에어가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견제로 독자 운영이 어렵다는 불만은 업계내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마구잡이식 취항......단기간 폐지로 이어져
항공업계는 진에어의 취항노선에 대해 “정확한 분석 없이 신규 노선에 진입해 낭패를 보곤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월 김포-부산노선에 취항한 진에어는 평균 15%내외의 부진한 탑승률을 기록해 결국 2달여 만에 노선 폐지 단행이라는 굴욕을 기록했다.
2009년 1월 10일부터 2월25일까지 김포-부산 탑승율은 15.9%에 불과했다. 반면 경쟁사인 에어부산의 경우 동기간 55.5%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에어부산에 상대적으로 밀리는 김포-부산노선에 정확한 분석 없이 진에어를 투입했다 불과 2달여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TX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김포-부산 노선에 무리하게 진입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에어 관계자는 “진에어는 대한항공으로부터 경영권이 분리된 회사”라며 “노선 진출은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5개 국제선 취항한다더니..
진에어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국제선 취항 역시 미뤄지는것도 석연치 않다.
지난 2009년 7월. 김재건 진에어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2009년 10월 29일 국제선 취항을 확언한바 있다.
당시 인천-방콕, 인천-마카오를 시작으로 괌, 오사카, 웨이하이 등 2010년 1월까지 5개의 국제선을 운항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9월부터 항공권 판매 개시 및 주7회 운항, 출도착 시간 등 구체적인 운항일정도 확정했다.
그러나 진에어는 현재 지난해 12월 취항한 방콕 노선과 이달 20일 취항한 인천-괌 노선 등 2개 노선만 운항중이다.
이처럼 진에어가 구체적으로 확언했던 국제선 취항 일정도 잇따라 미뤄지는 것도 대한항공의 견제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조원태 전무는 조 회장의 외아들로 인하대를 졸업하고 한진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서 근무하다 2004년 10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차장으로 입사했다. 2006년 차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했으며 2007년 상무B로 진급했다. 2008년 상무 A로 승진한데 이어 2009년 전무로 승진해 매년 초고속승진을 이어왔다.
특히 2008년 8월 대한항공 자재부에서 대한항공의 핵심부서인 여객사업부로 옮겨 여객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여객사업본부는 항공사의 핵심부서로 조양호 회장도 경영 수업을 받을 당시 재직한바 있다.
진에어는 현재 김재건 진에어 대표이사(상무보)를 비롯해 조원태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전무), 강영식 대한항공 정비본부장(부사장), 이진걸 대한항공 인천지역 본부장(상무A), 박인채 대한항공 상무보, 조에밀리리(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 등 6명이 등기이사로 등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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