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ㆍ김종원ㆍ차현정ㆍ박재홍 기자) 올 1분기 한국 경제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성장해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회복세가 탄탄하게 지속될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선진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하나같이 1분기 성장에 대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너무 안 좋은 상황에서 나온 '기저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더블딥' 같은 경기악화는 없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되는 완만한 경기조정기를 맞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1분기 회복세, 경기회복‘신호탄’인가
1분기에 기록한 전기 대비 성장률 1.8%,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성장률은 매우 높은 것이다. 그만큼 빠르게 경기가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7.8% 성장은 지난해 워낙 어려운 시기와 비교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고, 채욱 대외경제연구원장은 "이처럼 높은 성장률은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크기 때문에 회복세가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도 "수출부문으로 보았을 때는 성장률이 높게 나타난 게 (인정되는 면이) 있지만 국내 내수성장 측면으로 본다면 실질적 성장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불완전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흐름이 경기회복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민간이 살아나고 있고, 수출에 중요한 미국 경기가 탄력을 받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회복세는 맞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대외적인 쇼크가 없는 한 한국 경제는 정상을 회복한 단계로 금융위기는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반기, 경기조정 등 상승세 완만할 듯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하반기 경제는 어떻게 갈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데 동의했다. 빠른 성장곡선을 그리지는 못하지만, 경기조정 등을 통한 완만한 회복기조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실장은 "하반기 성장세는 전반기보다 둔화될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전기 성장률 기여도는 수출(1.2%포인트)과 정부소비(0.9%포인트) 역할이 가장 컸는데 최근 이들의 탄력이 둔화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수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신흥국 성장의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그간 일직선상의 회복을 보이며 생각보다 높은 경기선행지수를 보여 왔던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는 "2분기에는 1분기 같은 성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하반기 경제가 조정기간을 거치며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린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교수는 "하반기 경기는 지난해 정부 적자재정 기조의 영향으로 출구전략이 시행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경기하강보다는 조정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블딥 같은 경기하강은 아니지만 상반기의 가파른 성장세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세계 경제가 회복을 하다보면 각국이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고, 우리의 회복세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완만하게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 원장은 "성장의 모습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옮겨가는 징후가 보이는 것으로 볼 때 성장세에 접어들었다"며 "미국의 산업용 부동산 시장, 유럽과 일본의 저성장, 중국의 출구전략 등이 불안요소지만 우리가 성장세를 탔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하반기에는 4%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0~5.5% 정도로 내다본다"며 "전반기 6~7% 성장세를 감안한 것으로 하반기는 이에 못미치는 3~4% 성장세를 기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원자재 값이 2008년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5%, 5.5% 사이에서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경제회복 관건은..고용회복 등 일자리 창출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채 원장은 "우선 민간부문의 성장을 위해서는 고용회복이 시급하다"며 "서비스업종에 대해 진입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 고용을 창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도 "결국 일자리 창출이 경제성장의 핵심"이라며 "전자산업ㆍ자동차ㆍ중공업 등의 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반기 성장기조 유지를 위한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시행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강 교수는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이자율 인상정책을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가계나 지역 부채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교수는 "금리인상 시기가 이미 늦었다"면서 "일본식 장기침체를 두려워해 계속해서 금리를 너무 낮게 가져가면 종국에는 기대 인플레이션 위험 가능성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조기 금리인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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