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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창업주 '고노스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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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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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한차례 소나기가 내린 후 맑게 개인 평일 오후, 일본 오사카 외곽 니시산소 역 근방의 단층 양옥 주택 안은 20대 중반 청년들로 시끌벅적하다. 

   
 
  마쓰시다 고노스케 역사관 전경. 역사관 뒤로는 파나소닉 오사카 본사 공장과 연구실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같은 옷차림을 한 40여 명의 젊은 무리는 주택 안에 전시된 오래된 가전기구 등을 관람하며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양옥은 바로 현재 파나소닉으로 사명을 바꾼 마쓰시타 전기기구제작소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기념하는 역사관이다. 이곳은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역사관을 방문합니다. 일본 전자산업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관 토미타 유우지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이라 추앙받는 고노스케의 정신을 배우기 위한 관람객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파나소닉 계열사 '파나홈' 신입사원들이 역사관을 관람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계열사 신입사원들의 연수일
  정에 역사관 관람을 반드시 넣어 새로운 직원들이 파나소닉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람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또래들이 궁금하다. 홀로 떨어져 있던 한 젊은이에게 한국 기자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제 갓 스물다섯을 넘었나 싶은 어린 친구의 답은 단호하다 못해 매정하기까지 하다. “신입사원 연수의 일환으로 왔기 때문에 응할 수 없습니다. 인사팀을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하십시오.” 

‘이게 일본의 조직문화인가?’라는 혼잣말을 한 뒤 결국 이들을 통솔하는 파나홈 주식회사 인사부 키요하라 아키히데 인재개발그룹 리더와 만났다. 파나홈은 가정용 설비를 담당하는 파나소닉의 계열사다.

키요하라 리더는 “고노스케의 일대기와 과거 제품들을 체험하면서 신입사원들이 파나소닉의 정신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역사관을 찾았다”며 “이 정신은 회사에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스스로 직접 깨달아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노스케 창업주는 파나소닉 뿐만 아니라 일본의 많은 경영자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쿄세라의 이나모리 회장도 경영의 스승으로 받들고 있다”며 파나소닉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체 왜 고노스케가 존경을 받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체험해 보시라”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1918년 창업당시 생산한 전구 소켓과 창업 초기 생산품들. 파나소닉은 이들 제품을 시작
  으로 현재 세계 정상급 전자기업으로 우뚝 솟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중퇴 학력으로 세계 일류 전자기업을 건설한 마쓰시타는 성공비결로 가난·약함·못배움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은 일본의 산업화 시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데 주역해왔다. 1927년 선보인 다리미와 1953년 생산한 TV는 가난한 사람들도 구매할 수 있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됐다. 가난을 경험한 고노스케는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전자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그렸다.

아울러 ‘경영은 종합예술’이라는 철학도 파나소닉의 역사와 제품에 담겨있었다. 1918년 전구소켓 기업에서 현재 PDP를 비롯한 세계 일류의 전자기업으로 성공하기까지 파나소닉은 예술에 가까운 경영을 일궈왔다.
 

   
 
   역사관에 전시된 자전거와 무동력 자전거 라이트.
   고노스케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도 영감을 얻어 
   경영을 예술로 승화했다.
고노스케는 운동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변환하는 자전거용 무전력 라이트를 개발했다. 이는 10세의 나이로 자전거 상회에서 일하던 당시의 영감에서 시작됐다. 이러한 일련의 개발을 통해 경영을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노력이 느껴진다.

방과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역사관을 찾은 니시와키 토시오(43)씨는 “무에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고노스케의 일생과 철학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자가 묻지도 않았음에도 “최근 일본 기업들이 삼성 등 한국 기업에 잠시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노스케를 비롯한 선배들의 정신이 이어지는 한 일본은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한국의 선전에 이를 갈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와신상담이 간접적으로 전해진다.

한시간 여 관람을 마치고 발걸음을 돌리는 찰나,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니 입장할때 미처 살펴보지 못한 고노스케의 '길'이라는 제목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있다. 넓은 길일 때도 있고 좁은 길일 때도 있다...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나가면 반드시 길은 열린다. 진정한 기쁨도 그곳에서 나온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22세의 청년 고노스케, 그는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으로 노력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파나소닉을 만들었다. 아울러 이 길을 찾는 과정에서 경영을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종합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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